탄핵 대통령 박근혜 휘호 표지석, "어떻게 할까요"

세종시 "표지석 철거 여부 여론 취합 결정" vs 시민단체 "'탄핵' 그 자체가 시민들의 뜻"

2017-03-30     곽우석 기자

"탄핵된 대통령의 휘호가 들어간 표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세종시청 앞에 설치된 '박근혜 대통령 휘호' 세종시 표지석에 대해 시민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가 표지석 철거를 놓고 고민에 싸였다.

이춘희 시장은 표지석 철거 여부를 시민 여론을 취합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방법론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표지석 철거를 재차 촉구할 계획이어서 세종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정권 퇴진 세종비상국민행동본부(이하 '세종행동본부')는 지난 27일 내부 회의를 열고 "표지석 철거를 세종시에 촉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민주주의와 헌법을 유린한 박 전 대통령의 표지석을 그대로 두는 것 자체가 시민에 대한 모독이자 수치"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들은 내달 4일쯤 철거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뜻을 시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다.

세종행동본부 측 입장은 ‘여론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세종시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것이 시민들의 목소리인 만큼, 세종시도 그 뜻을 받아들여 표지석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 그 자체가 시민들의 뜻"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 여론수렴 과정에서 또 다른 갈등을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곧바로 표지석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행동본부 한 관계자는 "표지석 철거에 대해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미 탄핵안이 통과됐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된 상황에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은 오히려 '민민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이미 시민들이 2천여명의 서명부를 시청에 전달하고 표지석 철거를 주장했다"며 "이 같은 뜻을 잘 받아들여 표지석을 철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세종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전‧후 지역 시민사회가 줄곧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파면된 것도 대한민국의 역사인 만큼 표지석 역시 기록물로서 가치가 있어 그대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민여론을 담아내는 방법을 두고도 고심하고 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홈페이지 내 소셜네트워크 정책 고객을 대상으로 의견을 취합하거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할 경우 공정성 및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데다, 여론조사 방법 또한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여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전자투표 시스템'을 실시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 방법을 도입할 경우 모든 정책 현안들이 인기투표 식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론 수렴 방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방법을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시청 표지석은 가로 4.15m, 세로 1.8m, 두께 70cm 크기로 좌대석 위에 올려진 삼각형 모양으로 지난 2015년 7월 16일 시청 개청과 함께 설치됐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일정상 시청 개청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친필 휘호를 내려 보내 개청을 축하했다. 세종시는 2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령 오석으로 휘호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