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와 사형수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전기 들지 않던 어린 시절...

2016-12-29     강신갑

 

  거지와 사형수
 

  전기 들지 않던 어린 시절. 새벽일 갔다 오신 엄니 차리신 밥상에 식구들 아침 먹을 때 거지가 왔습니다. 

  엄니 정중히 맞으시며 가족과 식사하도록 했습니다. 냄새 코를 찔렀습니다. 거지가 순식간 마치자 밥 한 그릇 싸드시고 대문까지 배웅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안녕히 가세요. 시장하면 또 오시구려." 인사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엄니 눈 감았다 뜨시며
  "사형수라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아가시고 흰머리 돋는 요즘, 나지막한 음성 가슴 칩니다. 지그시 감으신 그 모습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