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 저수지 옆에서 목살 먹어요"

[미각기행]'엔학고레'..."주변 경치로 힐링되는 음식점"

2016-09-26     박경자 기자

행정구역은 공주시이지만 세종시민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숨겨진 식당이 있다.

‘부르짖는 자의 샘’이라는 뜻의 히브리어 ‘엔학고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454번지 불장골 저수지 변에 위치한 이곳은 맛도 중요하지만 경치를 즐기면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요컨대 업무에 찌든 직장인들이 잠시 짬을 내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힐링이 가능한 곳이다.

지난 주 들린 엔학고레는 가을이 만연했다. 쥐 밤이 곳곳에 널 부러져 있고 떨어진 홍시가 완연한 수확의 계절이 찾아온 것을 느끼게 했다. 사람을 위협하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저수지는 어린 시절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게 하면서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지만 권하고 싶은 건 목살이다.
굵직하게 썰어 만든 두툼한 모양의 목살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그걸 숯불 위에 가지런히 올려 구워놓으면 부지직하면서 굽는 냄새가 먹기도 전에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든다.

시각으로 맛본 목살은 기름 끼가 쏙 빠진 채 꼬돌꼬돌하게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걸 보고 있으면 식욕이 확 당긴다. 저수지 변에 풍성하게 자란 나무 밑에 마련된 야외 식단은 목살 한점 먹고 고개 들어 산을 바라보면 스트레스가 훌쩍 날아가 버린다.

흑돼지 목살을 상추에 싸서 마늘과 매운 고추를 얹어 쌈장을 듬뿍 넣으면 돼지고기 특유의 맛과 야채의 상큼한 식감이 시쳇말로 죽여주었다. 꼬들배기 김치와 오이 피클에다 따스하게 데운 젓갈에 푹 담가서 건지면 그 맛이 일품이다. 게다가 분위기가 맛에 더해지면 이 보다 더한 음식은 없을 듯 했다. 막걸리나 소주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목살 파티 후 들깨 칼국수를 점심으로 선택했다.
뻑뻑한 국물에다 갈아서 풀어놓은 들깨 가루가 한데 어울려 새로운 맛을 만들어 냈다. 숲 속에서 먹는 칼국수 맛은 색달랐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약 한 시간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먹은 점심은 주변 경치와 함께 아주 맛있었다.

세종 신도시에서 15분 정도 걸리고 들어가는 길이 좁다는 단점은 있지만 가보면 후회는 하지 않을 곳이다. 시간이 조금은 넉넉할 때 여름에는 밤이 더 좋고 봄 가을에는 낮 시간대가 더 좋다.

음식 사진과 주변 사진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좋은 듯해서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린다. (예약전화) 041-856-6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