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옛날 얘기

[소방시인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사형수까지 사랑해야 한다던 어머니

2012-10-08     강신갑
 
 
119와 어머니
  
  고향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일입니다. 새벽부터 들일을 나갔다 돌아오신 어머니께서 차린 밥상에 온 집안 식구가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거지 한 명이 남루한 모습으로 동냥을 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 거지를 정중히 맞으시며 우리 가족 밥상에서 식사를 함께하도록 했습니다. 거지에게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거지가 순식간에 식사를 마치자 어머니께서는 밥 한 사발을 싸주시며 사립문까지 배웅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안녕히 가세요. 시장하면 또 오시구려."하고 인사말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사형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흰머리가 돋기 시작하는 요즈음
  "사형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시던 어머님의 나지막한 음성이 가슴을 칩니다. 눈을 지그시 감으신 그 모습과 함께.
  이제 다시는 뵈올 수 없는 어머님!
  앞으로 119에 몸담고 살아가는 동안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정한 사랑으로 대하겠습니다. 아니 그 이후에도 말입니다. 어머님 마음처럼 인간미 넘치는 세상, 그것이 바로 119가 꿈꾸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
 
[시작노트] 
  세종 벌에는 어머니의 영혼이 깃들어 있습니다. 세종시는 놀라운 축복과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바로 119가 꿈꾸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 말이죠. 
  여명을 등지고 들일을 마치고 온 어머니가 차린 밥상에 거지가 동석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그 거지가 썼던 수저와 밥그릇만 봐도 심통을 부렸고 결국 어머니한테 심한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사형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을. 어머니의 인간애가 살아 숨 쉬는 세종시는 119가 꿈꾸는 누구나 살고 싶은 으뜸 도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