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영대회 사망사고...'예고된 인재(人災)'

기온 35도 돌파 '폭염경보'... 준비운동도 없이 대회 시작, 안전조치 적절했나도 의문

2016-08-20     곽우석 기자

"얼마 전 바다수영대회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오늘은 별일 없겠죠?"

20일 오후 12시 30분 세종호수공원. '제1회 세종시수영연맹회장배 전국수영대회'를 보러 온 시민 A씨는 지난 6일 전남 여수에서 있었던 수영대회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A씨의 우려는 정확히 1시간여가 흐른 후 현실이 됐다.

오후 1시 45분경. 안전요원이 탄 보트가 선착장을 향해 달려가 한모씨(39·남, 세종시 도담동)을 내려놓았다. 소방본부 측에 따르면 한씨는 1.5km 구간을 돌던 중 도착 지점을 약 500m 남겨 두고 의식을 잃었다. 심장마비였다.

대기하던 119구급대원들이 긴박하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10여 분이 흘렀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 남성은 대전 유성의 모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참가자들 대부분 기진맥진했다. 한씨가 병원으로 후송된 지 정확히 10분이 지난 2시 5분경, 50대 남성 B씨가 코스를 완주하자마자 탈진해 쓰러져 병원으로 향했다. 그로부터 5분 뒤 50대 여성 C씨가 역시 구급차 신세를 졌다.

이날 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가져온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세종시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돌아 '폭염 경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전국적으로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대회를 강행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경기 시간 역시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수온은 32도까지 올라가 수영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상태였다. 체력 소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호수공원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였다. 물이 혼탁하고 수초가 많아 수영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회에 출전한 한 30대 남성은 "물이 흐리고 수초가 몸에 걸려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회 시작 전 준비운동 등 사전 조치가 소홀했다는 점은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

날씨가 덥다 보니 참가자들 대부분 그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에 바빴다. 개막 행사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스트레칭 시간을 가졌지만 형식에 불과해 보였다. 고작 3분여 간 진행된 이 행사에는 132명 참가자 중 겨우 30여 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현장에 배치된 안전요원은 30여명이라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지만, 전체 구간 1.5km에 132명이 참가했다는 점에서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급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조사 대상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대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세종시와 세종시체육회는 21일 오전 7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2회 세종시장배 전국 트라이애슬론대회'를 긴급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