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와 어머니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고향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

2016-07-12     강신갑


                                119와 어머니
 

  고향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던 까마득한 어린 시절의 일입니다. 새벽부터 들일을 나갔다 돌아오신 어머니가 차린 밥상에 온 집안 식구들이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거지 한 명이 남루한 모습으로 동냥을 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그 거지를 정중히 맞으시며 우리 가족 밥상에서 식사를 함께하도록 했습니다. 거지에게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거지가 순식간에 식사를 마치자 어머니는 밥 한 사발을 싸주시며 사립문까지 배웅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안녕히 가세요. 시장하면 또 오시구려."하고 인사말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사형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흰머리가 돋기 시작하는 요즈음 
  "사형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시던 어머니의 나지막한 음성이 가슴을 칩니다. 눈을 지그시 감으신 그 모습과 함께.

  이제 다시는 뵈올 수 없는 어머니! 
  앞으로 119에 몸담고 살아가는 동안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진정한 사랑으로 대하겠습니다. 아니 그 이후에도 말입니다. 어머니 마음처럼 인간미 넘치는 세상, 그것이 바로 119가 꿈꾸는 세상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