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시는 인품과 자세에서 나오는 것"

[신도성 칼럼]세종시 공직자 잇달은 추태발생, '총체적 비상사태'다

2016-06-13     신도성 편집위원

세종특별자시의 일부 공직자들이 잇단 일탈행위로 비상이 걸렸다. 세종시 출범 4년을 맞아 명품도시를 조성하는데 앞장을 서야 할 공직자들이 안착하기는 커녕 도가 지나친 일탈행위로 전국적인 망신을 사고 있어, 세종시 전 공직자들은 비상사태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하며, 흐트러진 공직분위기를 바로 잡고 조직을 추슬러야 한다.

이춘희 시장은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세종시민을 상대로 입장 표명과 함께 특단의 방지 대책을 세워 즉각 실천해야 한다.

최근 잇따라 터진 세종시의 공직기강 해이 사태는 지난 1일 오후 3시쯤 시 소속 사무관 K씨가 제주공항 여객터미널 대합실에서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면서 시작됐다. 소란을 피우던 K사무관은 제주공항경찰대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를 집어 던지고,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공무집행 방해)로 입건까지 됐다. 이어 12일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여성공무원 A씨가 Y면사무소에 근무하는 동료 공무원 Y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여성가족계에 신고됐다는 것이다. A씨는 부산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KTX 안에서 함께 탄 Y씨가 자신의 특정 부위를 수차례 만졌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망신살이 뻗쳤다.

일부 공직자의 일탈행위에 보조를 맞추듯이 세종시의회 의원들도 워크숍과 건설현장 방문을 위해 찾은 보령의 바닷가에서 바다낚시를 즐긴 사실이 들통 나 물의를 빚고 있다.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의원 6명은 지난 3일 연휴를 앞두고 충남 보령으로 현장 방문 및 워크숍을 다녀왔다. 의원들은 이날 충남 홍성의 김좌진장군 생가와 보령-태안 연결도로 공사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었지만, 이중 의원 4명이 이런 일정을 무시한 채 오전부터 보령 앞바다에서 바다낚시만 즐긴 것으로 전해져 선출직 공직자로서의 비양심과 오만함을 드러내었다.

우리나라의 공직기강 해이는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 마다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한 때 싱가포르나 선진국의 공직기강을 배우기 위해 서울시나 울산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연말에 공직기강이 해이하거나 부패한 공직자들을 공직에서 아웃시키는 제도를 시행했다가 지금은 거의 무산되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의 공직자 중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적격자들을 골라내어 싱가포르처럼 연말에 물갈이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수족관에 미꾸라지들끼리 한 통속에 넣어두면 적당히 움직이며 복지부동하여 성장을 멈추지만, 메기 몇 마리를 같이 넣어두면 살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미꾸라지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세종시 일부 공직자들의 추태는 빙산의 일각으로 앞으로 근절시키려면 싱가포르 공직사회를 배워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고 인재에게 최고 대우’라는 원칙을 세우고 공무원들에 대해 기업의 최고경영자처럼 능력에 따라 최고의 연봉과 초고속 승진을 보장하여 연봉 2억 원을 넘게 받는 사무관들이 전체의 20%에 달한다. 싱가포르 직업 중 선망의 대상은 단연 공무원으로 엘리트코스를 밟아야만 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다. 하지만 채용 뒤에는 실적에 따른 연봉제를 엄격히 적용해 매년 10% 정도의 물갈이를 단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자원이 없는 싱가포르가 1인당 GDP 4만 달러에 육박하는 아시아의 부국, 세계 최고의 국가경쟁력을 갖게 된 데는 공무원의 경쟁력이 곧 정부의 경쟁력으로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가족 모두의 재산과 투자액 변동사항을 신고해야 하고, 설명하지 못하는 재산이 발견될 경우 전액 몰수당한다. 부정행위가 발각된 공무원은 민간기업의 취업도 금지돼 사실상 사회에서 매장당하는 등 관료들의 부패가 없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나라로 꼽히고 있어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 가려면 벤치마킹해야 한다.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와 기금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우리나라는 일상화되고 구조화된 공직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세종시 공직자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일벌백계의 혹독한 징계를 적용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제 식구 감싸기로 적당히 처리할 경우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공직사회의 각종 비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부서장 연대책임제 정착 등을 통해 공직비리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나가야 한다. 공직기강 확립차원에서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신교육도 필요하지만 특히 고위공무원들부터 더욱 겸손하게 근신해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 공직자들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바란다. 명품도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직자들의 자세와 인품부터 명품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