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 전락한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

LH세종본부,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유래비·비석 등 훼손된 채 방치

2016-06-02     곽우석 기자

"명품도시 건설한다면서 옛 것들을 마구 없애버리면 명품도시가 되나요. 주민들 향수를 달래줄 물건들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참 한심합니다."

세종시 건설로 철거된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과 유래비 등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민 원성이 크다. 특히 일부 구조물은 흠집이 난데다 크게 훼손된 채 나뒹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제보로 찾은 곳은 세종시 어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본부 사옥. 사옥 내 테니스장 옆 한 구석에 위치한 공터에는 옛 연기군 마을에 세워져 있던 각종 물품들이 쌓여 있다.

곳곳에는 옛 향수를 느끼게 하는 '남면, 양화리, 갈운리, 반곡리, 진의리, 석교리' 등 마을 이름을 알리는 표지석과 비석, 추모비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품들이 파손된 채 '찬밥신세'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공사자재와 함께 어지럽게 쌓여 있는데다 일부 비석들은 목이 잘려나간 상태로 나뒹굴고 있어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옛 양화리 출신 한 주민은 "마당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물품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면서 "옛 주민들의 물품이 아무렇게나 관리되고 있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물품들은 신도시 건설과 함께 과거 LH 대평리 사옥에 방치되어 있다가, 지난 2014년 신사옥 이전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 온 것. 이 과정에서 일부는 형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상태다.

LH는 이러한 물품들을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향후 활용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도시 건설로 폐교된 옛 학교 이름을 되살려 달라는 연기군 출신 주민들의 요구마저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에 막히면서 원주민들의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 옛 것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실에 서러움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옛 연기군 마을 이장 등 관계자들과 이렇게 모아두기로 얘기가 됐다"면서 "옛 물품들에 대한 보존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판단이 서지 않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군 출신 한 주민은 "옛 마을에서 이전한 물품들을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한다"며 "신도시 건설도 중요하지만 옛 것을 잘 보존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