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신세' 전락한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
LH세종본부,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유래비·비석 등 훼손된 채 방치
세종시 건설로 철거된 옛 연기군 마을 표지석과 유래비 등이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주민 원성이 크다. 특히 일부 구조물은 흠집이 난데다 크게 훼손된 채 나뒹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주민들의 제보로 찾은 곳은 세종시 어진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본부 사옥. 사옥 내 테니스장 옆 한 구석에 위치한 공터에는 옛 연기군 마을에 세워져 있던 각종 물품들이 쌓여 있다.
곳곳에는 옛 향수를 느끼게 하는 '남면, 양화리, 갈운리, 반곡리, 진의리, 석교리' 등 마을 이름을 알리는 표지석과 비석, 추모비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물품들이 파손된 채 '찬밥신세'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 공사자재와 함께 어지럽게 쌓여 있는데다 일부 비석들은 목이 잘려나간 상태로 나뒹굴고 있어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옛 양화리 출신 한 주민은 "마당 한구석에 방치되어 있는 물품들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면서 "옛 주민들의 물품이 아무렇게나 관리되고 있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LH는 이러한 물품들을 현황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향후 활용 계획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도시 건설로 폐교된 옛 학교 이름을 되살려 달라는 연기군 출신 주민들의 요구마저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에 막히면서 원주민들의 상실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 옛 것을 모두 없애고 새로운 것만 찾는 현실에 서러움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LH 관계자는 "옛 연기군 마을 이장 등 관계자들과 이렇게 모아두기로 얘기가 됐다"면서 "옛 물품들에 대한 보존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판단이 서지 않아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군 출신 한 주민은 "옛 마을에서 이전한 물품들을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당연한 책무가 아닌가 한다"며 "신도시 건설도 중요하지만 옛 것을 잘 보존하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