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진짜 너무 지루하다

[취재단상]명품도시 걸맞는 행사 필요..."장황한 내빈 인사말 줄여야"

2012-09-13     김중규 기자

“행사가 너무 지루하다.”

세종시에서 개최되는 행사에서 나온 얘기다. 전적으로 공감이 간다.
대전과 서울에서 언론계 생활 30년 끝에 지난 해 세종시에 들어와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행사가 너무 지루하다”였다. 대전이나 서울 행사 진행 방식이 반드시 옳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 곳 행사가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걸 말하고 싶다. 또, 연기군에 머물 도시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다. 세종시가 명품도시,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지적해야할 이유다.

우선 행사에 인사말이 너무 많다.
누구는 시키고 또 누구를 시키지 않으면 이런 저런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참석한 시민 입장이 되어 보면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행사로 끝나는 것이면그래도 이해를 할 수 있다. 메인 행사가 기다리고 있는 행사의 경우 정말 짜증나게 만든다. 요컨대 세미나를 앞 둔 1부 행사가 축 늘어지면 진이 다 빠져버린다.

또, 인사말하는 당사자도 문제다.
말이 너무 많다. 많더라도 혹간 참석자에게 새로운 사실을 전해주면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다. 아침에 장관 만난 얘기, 집안에서 일어났던 사소한 일, 그리고 낯 뜨거운 자기 자랑, 정치적인 입장 등등... 들을 가치도 없는 말만 장황하게 늘어놓고 내려오면 “저 사람 왜 저래?”하는 반응이 여지없이 나온다.

이곳저곳 행사장을 취재하다보면 레퍼토리가 거의 같다.
아직은 군 수준에 머물고 있는 세종시 행사에 참석 대상자는 한정되어 있다.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대개 내용은 이렇다. 명품도시 세종시를 잘 만들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거나 삭발로 지켜낸 연기군민들에 대한 감사의 말, 그리고 정치인의 경우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발언 등이다. 이런 얘기를 레코드판처럼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참석자들이 짜증을 내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맨 먼저 인사 말 내빈 수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행사 주최 측 관계자 한 두 사람만 단상에 오르게 해야 한다. 나머지는 간단하게 내빈 소개로 끝내야 한다. 사회자가 인사말 순서를 주지 않을 수 있는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게다. 이때는 본인이 분위기 파악을 좀 했으면 한다. 스스로 알아서 짧고 임팩트가 강한 현안만 얘기해야 한다. 그게 안될 때는 사전에 짧게 해달라고 요청을 하자.

얼마 전 한 공청회에서 인사말만 하는 데 50분이 걸렸다.
멀리서 축하해주러 왔으니 이사람 저사람 단상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까지는 힘들지만 참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지적한 문제점이 이날 한꺼번에 드러났다. 어떤 내빈은 무려 13분에 걸쳐 신변 잡담에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없는 말만하고 내려갔다. 내려올 때 인사치레로 ‘두서없는 말’이라고 했지만 정말

두서가 없었다. 당연히 “분위기를 모르는구먼”하는 불평이 나왔다. 그런가하면 3분도 걸리지 않으면서 할 말을 다한 국회의원도 있었다. 행사가 유권자와 대면 선거운동이라면 누구한테 표를 던지겠는가.

행사란 으레 그런 게 아니냐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앞 서 말했듯이 스마트 도시가 세종시의 최종 목표가 아닌가. ‘스마트’(Smart)의 뜻을 한번 찾아보라. 작은 것부터 고쳐 나가야 큰 것이 변하는 법이다. ‘그까짓 행사’하고 가볍게 넘기지 말고 한번 고쳐보자. 꼭 필요한 내빈이 인사를 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달라진 행사 진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