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광복 70년...신화가 된 독립군

[강병호의 문화확대경]한잔의 음료수같은 청량감 주는 영화

2015-08-18     강병호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성경에서는 70년을 역사의 대변혁 주기로 생각한다. 구약에서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 간 이스라엘 민족이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온 기간이 70년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70년 전 한반도는 일본 제국주의 손에서 놓임을 받았다. 하지만 자기 힘으로 해방을 이룬 것이 아니고 강대국에 의해 얼떨결에 주어진 광복은 이후 좌우의 대립, 6.25 동족상잔, 남북의 끊임없는 대치의 시작에 불과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치독일은 승전국 미국, 영국, 프랑스 점령 지역은 서독, 소련이 지배한 지역은 동독으로 분할되었다. 전범 국가로서 당연히 받아야할 보응이다. 그들도 1990년 통일 되었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무슨 큰 죄를 지었기에 지금까지 이산과 분단, 상잔의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하나? 독일과 같이 그 원죄는 원래 일본이 짊어져야 할 짐이 아닌가? 그러고도 다시 스멀스멀 연기를 피우고 역사에 등장하는 19세기 정한론(征韓論)의 원조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의 정신적 상속자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수상...

이런 답답하고 한심하고 막막한 광복 70주년에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한 잔 음료수 같은 청량감을 준다. 누가 봐도 정의롭지 못한 역사의 결말에 민중은 항상 신화로 대답한다. 임진왜란 이후의 사명대사 신화, 영월의 단종 신화, 원주 임경업 장군 전설 등 이승의 불의와 질곡의 업보를 벗어나지 못한 민중은 신화로 그 염원을 보답한다. 영화 <암살>은 35년 식민지의 정신적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한 독립군의 신화, 아니 빛바랜 바램이다.

애석하게도 영화에 나온 1930년대 독립운동의 실상은 영화같이 유쾌하고, 조직적이고 영웅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역사가 보여주는 진실이다. 상해, 하와이, 북간도 망명지에서도 독립지사들은 이념, 지역, 신분으로 나뉘어 일본과 전쟁보다 내부갈등에 에너지를 더 소진하고 또 지리멸렬했었다.

영화 <암살>의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2012)>, <전우치(2009)>, <타짜(2006)>, <범죄의 재구성(2004)>을 연출한 감독이다. 주연은 전지현(안옥윤 역), 이정재(염석진 역), 하정우(하와이 피스톨 역), 오달수 (영감 역), 조진웅(속사포 역)이다. 전체적인 배역 구도는 <도둑들(2012)>과 아주 흡사하다. <도둑들>에서 틈만 나면 배신하던 이정재는 <암살>에서도 임시정부를 배신하며 독립지사들을 일본 경찰에 팔아넘기고, 역시 <도둑들>에서 <애니콜>역으로 담장을 와이어로 날아다니던 전문 절도범 전지현이 <암살>에서는 독립군의 여군 명사수 <안옥윤>으로 나온다.

한일합방으로 조국이 사라지고 있지만 친일파 강인국은 일본 총독에게 금광 채굴권을 구걸한다. 이때 총독 암살사건이 벌어지고 강인국의 쌍둥이 두 딸 중 한명은 만주로 한 명은 경성에 남게 된다. 다시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암살 작전에 참가시키기 위해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을 찾아 나선다. 암살단 목표는 조선주둔군 사령관 <가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 한편,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끼어들면서 작전은 예측할 수 없는 운명으로 펼쳐진다. 이 와중에 <안옥윤>의 쌍둥이 자매는 <가와구치 마모루>와 결혼식을 앞두고....

<마이 웨이(2011)>, <아나키스트(2000)>, <기담(2007)>, <모던보이(2008)>, <청연(2005)>과 같이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화 <암살>은 이전 분위기와 많이 다르다, 최단 시간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필자가 주목해서 관찰한 배우는 전지현이다. 이미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2013)>에서 코믹하고 강남 철부지 캐릭터에서 우울하고 성숙한 역으로 연기변신을 실패하고 다시 <암살>로 똑같은 변신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어느 정도 성공인 것 같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중국 시진핑은 공산당 창당 100년, 중화인민공화국 개국 100년 두 개의 백년(兩個百年)이란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광복 70년인데도 일본 극우파 수상 아베가 사과할 것인지 아닌지 그저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독립군들이 만주에서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고 염원하던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