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아닌 야동같은 영화

[강병호의 문화확대경]'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이건 야동?'

2015-03-17     강병호

소설이 영상화되는 데는 위험 요소가 있다. 원작이 밀리언셀러가 된 경우는 위험도가 더 커진다. 불행히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뢰밭을 모두 즈려밟고 지나간 점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외설이냐 예술이냐 진부한 논쟁, 야동과 영상예술의 차이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을 얼마나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였는가? 또한 스토리의 구성과 영상 표현, 그 밀도의 차이에 있다 할 수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 자체도 인터넷 소설로 완성도가 높다 할 수 없다. 영국의 한 주부가 팬픽 사이트에 게시하면서 인기를 끈 인터넷 소설이다. 2012년 출간돼 미국,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엄마들의 포르노(Mommy Porn)'라고 불리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평범한 대학 영문학도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은 아픈 친구를 대신하여 거대 통신업계 청년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를 대학신문 인터뷰 기사 위해 만난다. 첫 만남에서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에 강렬하게 끌리게 되고 노골적으로 유혹한다. <그레이>는 윤락녀로부터 태어나 어릴 때 입양되고 양 어머니 친구로부터 정기적으로 성적 학대를 받아 가학적 성애자, 즉 새디스트가 된 불행한 과거를 안고 있다.

<그레이>의 아주 분명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적 취향을 알게 된 <아나스타샤>는 갈등하게 된다. 자가용 헬기 데이트, 졸업 선물로 주는 고급 자동차, 미국 동북부 시애틀에서 남부 조지아까지 자기를 만나기 위해 바로 날아오는 집착...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만큼 완벽한 <그레이>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 <아나스타샤>, 하지만 처음 마음과 달리 거부할 수 없는 본능에 눈을 뜨게 된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원작이 영상화되면서 너무나 뻔한 스토리가 되고 말았다. 특히 <제이미 도넌>이 연기한 <그레이>는 로보캅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가 ‘새디스트’가 되었는지 내적 갈등에 대한 표현이 없이 졸부 돈 자랑 하듯이 재벌놀이를 한다, 여자들의 로망이다. 엉성한 인터넷 원작 소설을 직독직해식로 영상화시킨 것이 이 영화의 문제점이다.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야동과 영상예술 사이 경계선을 왔다 갔다 하다 ‘야동인 듯 야동 아닌 야동 같은 영화’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OST는 좋았다. 장면 장면을 마치 뮤직 비디오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강병호, 중앙대 졸업, 중앙대(MBA), 미국 조지아 대학(MS), 영국 더비대학(Ph.D),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삼성전자 수석 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초대, 2대 원장, 한류문화진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문위원, 배재대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E-mail :bhkangbh@pcu.ac.kr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실소(失笑)가 터졌다. 왜 지금 끝나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부작 중에 첫 번째라는 설명도 친절하지 않았다.

사족으로 필자는 심야영화관에서 봤는데, 40여명 관객 중에서는 남자는 나를 포함해 두 명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