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회는 세종시의 '눈엣가시'(?)

재정문제 두고 뚜렷한 입장차 보여, 사무처장 L씨 "사직하겠다"

2014-10-23     곽우석 기자

세종시 생활체육회 재정난은 누구 탓일까.
세종시 생활체육회가 직원 인건비도 못 줄 만큼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세종시와 생활체육회 간에 원인 규명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23일 현재 세종시 생활체육회는 올해 남은 두 달여 간 사무처 직원들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예산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생활체육회 측은 올해 초 잘못된 예산 편성에서 원인을 찾는 반면 세종시는 방만한 운영에서 문제를 찾아 심각한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이 수습 후 사퇴의사를 밝혀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생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시의회에 올린 9천여만 원의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남은 두 달간 인건비 지급이 불투명하게 됐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이어 그는  "예산이 부족해 업무추진비, 일반 운영비 등을 인건비로 전환해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며 "현재 각종 비용을 절약하는 등 초 긴축재정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종시 측은 "생활체육회의 임금 수준이 타 체육관련 단체보다 높고 예산을 미리 다 써버렸기 때문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며 "적어도 인건비는 남겨놓고 예산을 사용해야지 월급 줄 돈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같은 상황에 다른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현 세종시 집행부와 생활체육회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통상 자치단체 산하기관 직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 물러나지만, 생활체육회는 전임 시장 측근 인사들이 자리를 그대로 차지하고 있다. 결국 세종시에서 생활체육회를 곱지 않게 보고 있는 차제에 예산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운 털이 박히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생활체육회 사무처장 및 직원들 대다수가 전임 시장 임기 중 임명된 인사들"이라며 "현 집행부와 생활체육회가 껄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자 독식의 구조 속에 선거 공신들에게 나눠주기식 자리에 임기 보장은 사실상 형식적인 게 아닌가"라며 "결국 사무처장이 물러나야 세종시와의 관계가 원만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양측 간 미세한 불협화음이 빚어지면서 향후 생활체육회 조직운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 생활체육회를 이끌고 있는 사무처장 L씨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올해의 일이 마무리되는 하반기나 내년 초 중으로 사무처장 직을 내려놓을 것"이라고 밝혀 미묘한 파장도 예상되고 있다. 사무처장 L씨의 임기는 2017년 상반기까지다.

사무처장의 사직 의사가 세종시 측의 입김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내린 결론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현 상황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와 생활체육회 간의 '불편한 동거'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한편, 생활체육회는 "11월분 직원 급여까지는 정상 집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12월 급여는 추경 편성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