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로 지킨 세종시 탄생 감격스럽다”

[세종인] 봉사와 헌신으로 고향 사랑 ‘마당발 여인’ 정준이씨

2012-06-27     신도성 기자

역사적인 세종특별자치시가 탄생하는 7월을 앞두고 유난히 감회가 새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지역의 마당발로 불리우며 고향을 위해 헌신하는 유관순 열사 같은 열정의 여인이 있다. 연기군 여성단체협의회 전 회장이며 현재 지역에서 여행사 금영투어 세종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준이씨(54)가 바로 주인공이다. 정씨는 현 정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내자 당시 연기군 여성단체 지도자로서 삭발로 항거해 세종시의 원안을 지켜내는데 일조했다.

정준이씨는 본인의 말대로 58년 개띠로 역마살이 있어서 그런지 세종시 편입지역인 공주군 장기면 평기리의 방앗간집 3남2녀의 맏딸로 태어나 지금까지 역동적으로 살아왔다.

장기초등학교와 장기중학, 공주여고를 나온 정씨는 2009년에 세계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2월 한밭대 복지경영공학과를 졸업한 만학도이다. 그녀가 따낸 자격증을 보면 연기군 여자로서는 처음인 고압가스 2급 자격증을 필두로 보육교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요양보호사 1급, 한글지도사, 스포츠맛사지 1급, 결혼이민자아동지도사 등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다.

남편 최인규씨(전 세종라이온스 회장)와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는 정씨는 봉사와 헌신의 끼를 주체할 수 없어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95년부터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연기군 여성자원활동센터 회장을 맡아 활발한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때 여성은 물론 노인과 장애인, 조치원역 봉사 등 활발한 활동으로 ‘봉사여왕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종손의 맏며느리로 결혼해서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등 4대가 한집에서 살았다. 성격이 활달한 정씨는 지금도 83세의 시어머니를 모시고 효를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정씨는 한국적인 효를 선양하기 위해 효도 전공의 대학원 진학도 고려하고 있다.

여자로 유일하게 삭발 항거에 가족들 "미쳤냐"며 반대하다 나중엔 동조해줘  

행정도시특별법이 제정되어 잘 추진되기를 기대했던 연기지역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수정안을 내놓아 혼란을 겪었다. 이때 주민들 간에도 내분이 일어나는 등 격동기에 정준이씨는 2009년 방송차를 타고 “세종시 원안 사수”를 외치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마을사람들과 시위를 하고자 서울로 올라왔다. 이 때 남자들은 삭발을 하며 서울역 시위에 동참했다. 정씨도 여자로서는 유일하게 삭발에 동참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족들에게 의사를 밝혔다. 처음에 남편과 시어머니 등 가족들의 반대는 대단했다. “미쳤냐”고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의지가 단호한 정씨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설득하고 삭발했다. 삭발한 날 집에 들어가니까 시어머니가 “생각보다 안 밉다”며 힘을 실어주었다고 술회한다.

“모든 면에 최선을 다 하자”는 좌우명을 지닌 정씨는 매일 긍정적인 사고로 인연 있는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 2010년 11월에 우연히 대전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는 고향 후배를 만나 조치원읍에 금영투어 세종지점(모두투어)을 내고 여행업에 뛰어들은 정씨는 “봉사정신으로 고향 어르신들을 잘 모시고 여행을 다녀오면 매우 좋아하셔서 흐뭇하다”고 말했다.

세종시의 출범을 앞두고 정준이씨는 “어렵게 세종특별자치시가 탄생된 만큼 모두가 노력하여 제대로 된 세계적인 명품도시를 만들기를 소망한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마음자세로 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준이씨는 지난 6월 4일 발족한 세종특별자치시 자연보호협의회의 사무총장도 맡아 마당발의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역마살이 낀 그녀의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고 있어 새롭게 태어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