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사고없는 세상을 . . .
올해는 사고없는 세상을 . . .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04.25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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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 초파일 준비에 여념없는 영평사 봄날 전경

   연화세계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둘러싸인 불상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왔다. 세월호의 엄청난 참사 속에 결코 즐겁지 않는 초파일이 될 것 같다. 어른들의 잘못이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안전사고 없는 세상은 곧 부처님이 원하는 세상이다. 세종시 장군면 산학리에 위치한 영평사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燃燈) 달기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월호 승객들의 무사귀환과 사고없는 세상을 기원하면서 올해는 약 4,000여개를 만들었다. 많은 연등만큼 세상에는 번뇌가 많다는 뜻이리라.

연등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방법의 하나다.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부처님의 지혜로 밝게 비추는 것을 상징한다. 불교에서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등불을 켜는 것은 어둠과 번뇌를 물리치고 영원한 진리의 광명을 밝힌다는 뜻이었다.

무명(無明)으로 가득 찬 어두운 마음이 연등을 켜면서 부처님의 지혜처럼 밝아지고 따뜻한 마음이 불빛처럼 퍼져나가 온 세상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로 충만하길 기원해본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란 이야기가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난다라고 하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다. 이 여인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분을 위하여 등불공양을 올리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종일토록 구걸을 하러 다녀 얻은 것은 것이라고는 겨우 동전 두 닢 뿐이었다. 이 여인은 동전 두 닢으로 등과 기름을 사고 부처님께서 지나가실 길목에다 작은 등불을 밝히고는 간절히 기원했다.

"부처님, 저에게는 아무것도 공양할 것이 없습니다. 비록 이렇게 보잘 것 없는 등불 하나를 밝혀 부처님의 크신 덕을 기리오니 이 등을 켠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저도 다음 세상에 태어나 성불하게 해주십시오."

밤이 깊어가고 세찬 바람이 불어 사람들이 밝힌 등이 하나 둘 꺼져 버렸다. 왕과 귀족들이 밝힌 호화로운 등도 예외일 수 없이 꺼져 갔다. 그러나 이 여인의 등불만은 꺼질줄을 몰랐다. 밤이 이슥해지자 부처님의 제자 아난은 이 등불에 다가가 옷깃을 흔들어 불을 끄려 하였다.

하지만 이 등은 좀처럼 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밝게 세상을 비추었다. 그 때 등 뒤에서 바라보고 계시던 부처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아난아! 부질없이 애쓰지 마라. 그 등은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한 여인이 큰 서원과 정성으로 켠 등불이니 결코 꺼지지 않으리라. 그 여인은 이 공덕으로 앞으로 30겁 뒤에 반드시 성불하여 수미등광여래가 되리라."

올 초파일에는 난다라는 여인의 심정으로 연등을 켰으면 한다. 세상의 어두운 곳을 밝히며 억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그런 사회를 기원하는 연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평사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빌면서 부처님이 원했던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길 부처님께 간청했다.

   구름과자처럼 쌓여있는 연등. 약 4천여개가 이번 초파일에 대웅전 앞에 매달아진다.
   연등접수도 초파일의 필수불가결한 의식 중 하나다. 십시일반으로 보태는 보시가 불자들의 보살피는 씨앗이 된다.
   크고 작은 연등의 조화는 부처님의 오묘한 세계를 영평사 앞 마당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소나무에 매달리 연등과 불탑이 조화롭다.
   대웅전 앞에 흐드러지게 핀 철쭉은 극락의 문으로 이르는 곳이 곧 대웅전임을 알려주는 듯하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다 본 연등행렬
   역광으로 바라다본 처마와 풍경, 그리고 연등
 
   아직 계절은 봄이지만 초여름 더위가 불자들을 목마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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