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수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장애인은 수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04.24 15: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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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올해의 장애인'에 선정된 금남출신 안승서 대표

   "장애인은 일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안승서 대전장애인인권포럼대표는 올해의 장애인으로 선정되었다.
“스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덕운스님이 집 밖으로 내보지 않았으면 오늘날 저는 있을 수 없습니다.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올해의 장애인’으로 선정된 안승서 대전장애인 인권포럼 대표(51)은 24일 오후 2시 고향인 금남면 용포리를 찾아왔다. 고향을 떠난 지 10년 만에 장애인 최고의 상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이다.

안 대표는 하반신 마비의 중증 지체장애를 딛고 아직은 열악한 장애인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그리고 이날 약 40년 동안 반경 10m를 벗어나지 않았던 ‘스스로 만든 울타리’가 있었던 금남면을 찾아왔다.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된 그는 용포리 삼천리 자전거 집 딸이었다. 하지만 중증 장애가 그녀를 작은 공간 안에서만 생활하도록 ‘폐쇄형 인간’으로 만들었고 어머니 손정쇄 여사(88)에게는 자신이 먼저 죽어서는 안 될 이유가 되었다.

이 같은 고민을 들은 인근 송림사 덕운 주지스님이 “방에다 두면 절대 안 된다” 며 “사회에 나가서 부딪히고 일을 하게 해야 한다”고 권유, 눈물로 타지 대전으로 떠나보낸 지 꼭 10년 만에 화려한 귀향을 한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보람은 더 없이 즐겁고 값진 일입니다. 제가 제2의 인생을 살게 한 분이 바로 그분입니다.”

재차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자신이 하는 일을 소개했다. 대전에서 장애인에 관한 의정 활동 모니터를 하면서 혹여 그냥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는 게 그의 일이었다.

“편견의 벽을 허무는 게 봉사입니다. 장애인은 더 이상 수혜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사회에 소중한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보고 싶었습니다.”

봉사를 받으면서 ‘도움을 받는 사람에서 도움을 주는 장애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다짐을 했다는 그는 ‘자원 봉사를 하는 장애인’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다. ‘꿈은 이루기 위해 꾼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내세우면서 그걸 실현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40세에 나간 대전은 낯설고 물 설었지만 공공근로와 도시가스 경리를 거쳐 장애인 차량이동봉사를 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차량이동봉사는 큰 깨달음을 주는 일이 되었다. 바로 ‘봉사를 하는 인생’에 대한 꿈과 목표를 가져다주었다.

 
사회의 변두리에 있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7년 서울에 소재한 한국 장애인 인권포럼에서 국회 의정활동 중 장애인 분야만 평가한 백서를 발간, 사회의 화두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힘입어 다시 지방자치단체의 의정활동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인권증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 지방에 소재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모니터 요원을 모집했다.

그게 오늘 날 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가 되는 단초가 되었다. 충청권에서 4명을 선발했고 3년 뒤에는 지부 성격의 별도 인권포럼을 만들게 됐다. 안승서씨가 대표를 맡은 것은 모니터링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크게 작용했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광역 및 기초 의회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경각심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역할을 했습니다. 결국 사회의 시각을 바꾸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없었던 조례가 만들어 지고 지원금이 생겨나고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조성해주는 결실을 이끌어 내면서 그의 말대로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벌어서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한편으로 지키면서 안 대표는 어릴 적 또 하나의 꿈이었던 소설가에 대한 열정을 소중하게 가꿔나갔다. 용포리 집에 책 3,000권을 소장할 정도로 다독(多讀)과 함께 책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아왔다. 좁은 공간에서 그게 유일한 낙(樂)이었다.

“용포리에서 2층에 3평 남짓한 공간에 살았는데 글을 쓰고 책을 읽기가 오히려 좋았습니다.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책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 셈이지요.”

책을 통해 본 세상은 ‘소설가’라는 꿈으로 이어졌고 그 꿈은 이루기 위해 꾼다는 사실을 실천에 옮겼다. 바로 2008년 ‘순수문학’에서 소설 ‘소유하지 않는 사랑’으로 신인상을 받았다. 철저한 자기 희생 뒤에 오는 사회적인 멸시와 공허함을 다룬 내용이다. 마치 자신의 생을 반추하는 듯한 테마였다. 곧이어 제18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소설부문 최우수상을 받는 개가를 올렸다.

일하는 장애인과 소설가의 꿈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인생 50 전에 모두 이룬 셈이다.

“엄마가 정말 자랑스러워요. 8남매를 두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는 저를 강하게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때는 서운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키우지 않았으면 절대 자립할 수 없었을 겁니다.”

   고향인 금남면 사무소를 찾은 안승서 대표
가지 못한 길, 즉 정상인의 삶, 에 대한 소회를 물어보았다. 그는 “만약 그랬다면 재미있게 내 삶만 살았을지는 몰라도 지금보다는 못했을 것”이라며 “평범하게 가정부주로는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자녀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뒤로 제쳐놓으면 당사자는 스스로를 감춰버립니다. 아프더라도 드러내놓고 얘기하고 장점을 찾아 얘기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맨 먼저 희망과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는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벽을 만나면 주저앉아 버린다는 말과 함께 “고향 세종시에 장애인인권포럼 발족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금남면 사무소에서 만난 안승서 대표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말에 “이쁘게 나오게 해 주세요”라며 활짝 웃었다. 얼굴에 그늘은 없었다. (연락처) 010-2720-8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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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2014-04-25 06:51:42
감동적입니다. 스스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건 인간승리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임재한세종시문화관광해설사 2014-04-24 22:38:17
안승서 후배님
덕운스님의 보살핌이 있었군요~~~
건강하시고 힘찬활동 기대하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