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섭다.”, “꺼진 핸드폰도 다시 봐야한다.”
세종시 정치권에 핸드폰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미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서 두 차례에 걸쳐 녹음 파일이 공개되었는데다가 19일 동영상과 함께 녹취록이 또다시 언론에 보도되면서 ‘조심하라’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특히, 이번 파일 공개로 직격탄은 맞은 홍순승 세종시 교육감 예비후보 캠프는패닉 상태에 빠진 채 손을 놓고 있었으며 유한식 세종시장 캠프도 주말과 휴일, 이틀간에 걸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조용히 자숙하는 분위기였다.
세 차례에 걸쳐 전화 내용이 그대로 알려지면서 21일 출근한 공직자들도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이제는 전화도 함부로 못 하겠다” 며 잔뜩 움츠려드는 모습이었다.
유한식 세종시장 예비후보는 이날 “어떤 이유에서든 저녁 자리에 참석한 건 잘못된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을 사과드리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유 예비후보는 녹음 파일 공개와 중앙당에서 ‘경고’조치 이후 조치원읍 죽림리 선거 사무실에서 머물면서 방문객들과 접견도 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하고 있었다.
선거 사무실도 평소 북적대던 것과는 달리, 한산한 가운데 필수 운동원만 나와 삼삼오오 모여 지난 주말 상황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더욱 조심해야한다”며 자숙하고 있었다.
교육청 전통 폭탄주 제조 기법을 설명하며 술자리에 동참했던 홍순승 세종시 교육감 예비후보 측 선거 참모들은 넋을 놓은 채 한숨만 쉬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되물었다.
참모들은 “후보께서 폭탄주 자리에 간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그동안 지지율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사건이 터져 너무 아쉽다”고 말하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홍 후보 측은 23일쯤 대 시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용서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녹음 파일 공개에 따른 득실을 따지면서 “어느 편에서 녹음을 하고 그것을 공개했느냐”에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결국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사회적인 상황을 정치권에서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 아니냐” 며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는 반응을 보였다.
또, 녹음을 한 당사자의 실명이 거론되면서 계획적으로 유한식, 홍순승 후보를 불러 함정에 빠트리고 녹음 파일을 언론에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특히, 모 후보 측 운동원이 사건 발생 이후 메시지 발송을 통해 보도 내용을 대량으로 전달했다는 점을 들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하는 등 21일 하룻동안 세종시 정가에는 ‘입조심’, ‘사람조심’,‘ 핸드폰 조심’ 등 경계령이 내려졌다.
조치원읍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예비후보들이 폭탄주 자리에 참석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고의로 함정에 빠뜨렸다면 그것은 더 나쁜 게 아니냐” 며 “선거 풍토가 이렇게 되면 예전 연기군수 선거 때와 같은 오명을 또다시 세종시가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회사원 김모씨는 “이제는 정말 전화하기가 겁이 난다” 며 “정치권에서의 파장이 일반 유권자에게도 핸드폰 경계령을 내리게 하는 등 여파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와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당은 21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자제하기로 했던 대 시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며 “유한식, 홍순승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과 대국민 정서에 반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세종시 명예를 실추시킨 만큼 대 시민 사과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