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 이룰 수 없는 꿈인가
안전한 사회, 이룰 수 없는 꿈인가
  • 강수인
  • 승인 2014.04.20 21:4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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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빨리 빨리문화가 선진문화?

   미국 텍사스주의 겔베스톤항에서 출발하여 멕시코 마야문명 지역으로 크루즈 여행을 갔을때 모습
계 각국의 문화를 소개해 놓은 마틴 게논(M. Gannon)의 책 「세계문화 이해」 에서는 문화의 형태를 대략 수평적 집단주의, 수직적 집단주의, 수평적 개인주의, 수직적 개인주의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 그 중 수직적 집단주의 또는 위계서열 문화로 구분하고 문화의 상징으로는 김치를, 그 특성으로는 집단주의, 배타주의, 위계질서, 유교적 직업윤리, 감정표현 등을 말하고 있다.
 
흔히 외국인에게 한국 사람에 대해 떠오르는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심히 일하는, 노란피부, 상급자의 권위주의, 자기표현과 매너의 부족, 외국인에 대한 친절성 결여 등의 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사회를 위해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받아들이기는커녕 "당신은 한국인 아니냐"며 면박을 주고 자기 방어와 합리화하기에 바빠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고유성과 장점은 유지하면서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고 더 좋게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에 배움과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발전을 통해 똑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년 일이라고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태안 해양수련회 참사 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경주 리조트 붕괴사건이 있은 지 얼마인가? 그런 사건들이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내 가정과 관련된 사람이 없다고 외면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그런 날의 연장에서 바로 4.16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학생 자녀를 둔 부모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다. 1년에 한 두 번씩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수련회가 있으면 철없는 아이는 "학교에 남아있는 게 싫다"며 간다고 응석을 부리고 안전에 확신은 없지만 설마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1박 2일 또는 2박 3일을 허락할 수밖에 없다. 또 아이들이 떠난 뒤에도 연락오기만을 기다리고 안전하게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은 여간 불안한 것이 아니다. 수련회를 통해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 무엇도 아이들의 안전보다 우선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건이 일어나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말은 여기저기서 많다. 하지만 일시적 충격만 있을 뿐 제도적·문화적 국민 개혁은 없다. 학교를, 정부를 바꿔야 한다고 하면서도 ‘나를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4.16 여객선 참사의 원인은 차차 밝혀지겠지만 그 중에 우리의 빨리빨리문화도 원인이라면 원인이라고 말하는 언론도 있다.

   여객선 선실안의 창문틀 공간에서 게임에 열중하는 둘째 아이 모습
우리 생활 속에 배어있는 빨리빨리 문화는 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금 인출기의 대기선에 물러나 있지 않고 바짝바짝 다가서는 사람들, 버스 승하차시 불쾌할 정도로 밀어 붙이는 사람들, 마트나 슈퍼 계산대에서 물건 담을 여유도 주지 않아 쫒기듯이 가야하는 사람들 다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주차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운전자는 최대한 이동거리가 짧은 곳에 주차하는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근처에 좁은 주차 공간이 한 두 개라도 있으면 각축전을 벌이고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여유있는 곳을 찾으면 오히려 바보에 어리숙한 취급을 받는다.
 
세계를 놀라게 한 여객선 침몰사건에서 정말 세계가 놀란 것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선장의 이기적인 모습에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후진 문화를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었다. 필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요할 때만 보여 지는 집단주의, 나이를 서열로 여기는 유교주의, 경제 발전을 선진국의 잣대로 보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한 안전 불감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안전사고는 끝이 없을 것이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당장은 손해보는 것 같겠지만 조금만 멀리 보면 돈보다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든 처음처럼, 아는 것도 익숙한 것도 다시 확인을 거듭하는 안전한 사회가 절실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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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옥 2014-04-30 21:53:00
이번 사건으로 하루하루가 참으로 힘든 시기입니다.
나또한 이럴진대 당사자 부모들의 찢어지고 무너져 내리는 그 마음은 누가 위로해주고 보상한답니까?
개선되지 않는다면 나또한 그들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합니까?
하루 빨리 사회적 안전이 정착되어 슬픔을 위로하고 위로받지 않아도 되는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