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날아오를 아이들을 품은 한 해
세상으로 날아오를 아이들을 품은 한 해
  • 김지선
  • 승인 2014.03.26 16: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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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국제고 김지선 교사, "두 번째 시작, 새로운 행복의 시작"

 
   국제고 김지선 교사
나는 작년 1월까지 중국 북경에 있었다. 재외동포, 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오랜 꿈을 품어오다 중국의 한국국제학교에 지원하여 근무한 지 3년. 기간을 마치고 귀국할 때가 다가올 무렵 세종시에 국제고등학교가 새로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창의성을 살리며 공부하는 국제학교의 매력에 빠져있던 터라, 때마침 듣게 된 세종국제고 설립 소식은 정말 놀랍고도 반가운 것이었다.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 서류를 내고, 면접 통보를 받자마자 항공권을 예약해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면접을 보았다. 면접관 일곱 명이 지켜보는 긴장된 분위기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영어 인터뷰와 수업 시연을 마쳤다. 그리고 국제적 인재를 키워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통했는지 세종국제고에 부임하게 되었다.

아직 학교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1월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 2월 업무를 이어갔다. 일학년 담임을 맡았는데 세종국제고가 기숙사 학교인지라 24시간을 전교생이 학교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교무실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집이 대전이지만 출퇴근하지 않고 기숙사에 머물며, 매일 밤 11시까지 교무실에서 불을 밝히고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즐거울 만큼 우리 아이들은 사랑스러웠다.

세종국제고 아이들은 정말 용기 있는 아이들이다. 보통 가기 꺼려할 신설학교에, 1기를 자원해서 온 개척자들이다. 우리 반에도 멀리 강원도 강릉과 원주, 경상남도 창원과 구미, 전라북도 전주에서 온 아이들이 있다. 정말 착하고 부모님을 거스른 적 없는 아이들이, 신설학교라고 반대하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우리 학교에 온 것이다.

세종국제고 아이들은 창의성과 재능이 넘친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발표 수업을 할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의 창의성과 기획력을 보여준다. 아직 1학년들인데도 각종 전국대회에 참가하여 화려한 수상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한 해 동안 배운 1인 2기 수업 덕분도 있지만 ‘세종예술고등학교’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악기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아이들이 많다. 국제고인 만큼 영어 내신만으로 선발한 아이들이라 영어 수준이 괜찮다. 어렸을 때 부모님 직장 때문에 외국에서 살던 아이들은 물론 영어가 능숙하지만, 순수 국내파인 대부분의 아이들은 피나는 노력으로 어학 실력을 기르고 있다.

무엇보다 세종국제고 아이들은 국제적 감각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년 여름방학 때 미국 코네티컷 대학 연수를 인솔했는데,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외국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식당에서 마주친 미국 여자하키 선수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을 때 당당하게 항의하는 모습,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코네티컷 대학 교수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교사인 나로서도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밝고 착하고 예의바른 모습이 우리 세종국제고 학생들의 모습이다.

 
특목고, 그것도 세종시가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세종국제고를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종시의 정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이 수도권 이상의 질적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질 높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중심에 세종국제고가 있다. 세종시의 학교들이 서로의 특색을 살려가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세종교육을 명품 교육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세상으로 높이 날아오를 아이들을 품은 2013년, 넘치게 행복했다. 그리고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세종국제고의 두 번째 시작이고,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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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오 2014-04-03 06:40:42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들을 사랑하고 보살피려는 선생님의
따뜻한 열정이 느껴집니다. 또한 세종국제고 학생들의
개척정신, 자신감이 생생하게 느껴지고요.
세종국제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