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사춘을 지내버린 한 해"
"또 한 번 사춘을 지내버린 한 해"
  • 김효린
  • 승인 2014.03.09 0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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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교동초 김효린 교사, 2년차 교사의 다짐

 
   교동초 김효린 교사
설렘과 부푼 마음으로 교단에 선지 어언 1년이 지났다. 사회 초년생이 다 그렇듯 내게 일 년은 좌충우돌 그 자체였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교사로서 품을 수 있는, 학생들을 향한 꿈과 열정, 그 순수한 에너지만은 영원하고 싶은 아직도 꿈꾸는 1년차 교사이다.

올해 내가 담임한 학생들은 4학년이다. 한 해를 함께하다보니 이 녀석들도 어쩜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요동하는, 빠른 질풍노도를 겪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싶을 정도로, 교사인 나에게도 그들 서로에게도 성장과 탈피를 위한 힘든 여정을 몸으로 말로 서로 부대며 쉽지 않은 일 년을 보냈으리라. 부디 그 몸부림이 아직도 창창히 많은 날들의 귀한 밑거름이 되었기를... 여러모로 부족한 내가 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원이며 한해를 보내는 부끄러운 고해성사이다.

남학생들, 아! 어렵다. 그 주체 할 수 없는 에너지! 뛰고 구르고 던지고...... 이건 약과다. 요즘 남학생들은 말이, 말이 장난이 아니다.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지....... 교사가 한마디 하면 학생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10마디 20마디니 나는 할 수 있는 말도, 하고 싶은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학생들, 오우! 더 어렵다. 여자가 되고 싶은 우리 예비 숙녀들... 그렇게 서운한 것도 많고 그렇게 따지고 싶고, 묻고 싶고, 확인하고 싶은 모든 것들을 울고 부르짖으며 표현하는 10년전 나의 전신들~ 고 앙큼한 천사들에게 오늘은 달래보고 내일은 중재하고 또 같이 웃고 같이 속상하고 동감하고 공감하며 나도 또 한 번의 빠른 사춘기를 올해 다시 지내 버렸다.

멋진 학생, 예쁜 학생 많았다. 아직도 꼬물꼬물한 글씨로 마음을 담아 건네주던 땀에 밴 쪽지. 사소한 일로 다툰 뒤, 나의 잔소리에 눈물 뽑고 돌아가는 그 여린 뒷모습에 밤새껏 마음 아렸건만 말간얼굴로 구김하나 없이 들려오는 아침 인사소리...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하이톤의 웃음소리...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던 구슬같은 고은 목소리 등등....

같은 공간에서 일 년이라는, 길면 길고 짧았으면 짧았던 나의 첫해이기에 다음해는 또 그 다음해는 더 좋은 해가 더 좋은 교사가,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사랑받을 수 있는 준비된 교사 가 될 수 있기를 매일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짐 또 다짐 해 본다.

 
올해는 조금 더 정확한 규칙과 규율들을 잡아봐야겠다.
올해는 사랑으로 무장하되 그들의 감정에 같이 휘둘리진 말아야겠다.
올해는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더 많이 무장하고 더 확실하게 명확하게 가르쳐야겠다.
올해는 학생들이 주는 무한 매력에 무작정 빠져서 허덕이지는 말아야겠다.

2014년 나에게는 또 다른 한해의 시작이다. 새로운 학년 새로운 아이들과 새로운 환경과 업무들 그 어렵고 많은 일들에 올해도 나는 허덕이며 힘들어 하겠지만 아직 나는 젊다. 아직 나는 순수하다. 아직 나는 그들과 숨쉬고 그들로 인해 기뻐하고 슬퍼 할 수 있는 열정과 에너지가 넘친다.

아자! 아자! 파이팅! 나는 이제 2년차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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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2014-03-27 15:25:08
김효린 선생님 또하나의 성장과장이라 생각하세요 잘해낼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