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컨트리클럽 '송충이떼의 습격'
유성컨트리클럽 '송충이떼의 습격'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5.2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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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방제로 소나무 군락 붉게 변한 채 고사
산림전문가들 "계룡산·현충원도 위험" 경고
경관 크게 훼손돼 회원권 가격 하락 우려도

 송충이 떼 습격으로 인해 유성컨트리클럽내 소나무가 붉게 물든 채 상당수가 고사돼 있다. 유성컨트리클럽 운영위원회 제공
송충이 떼 습격에 대전지역 명문 골프장인 유성컨트리클럽(이하 유성CC)이 초토화됐다. 산림청이 경기도 화성과 충남 연기에 송충이가 발견돼 긴급방제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한지 일주일 만이다.

유성CC 이용객들이 송충이 출몰에 방제를 호소했으나 유성CC 운영회사인 ‘유성관광’측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아 인근 계룡산국립공원과 현충원 등에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24일 유성구 덕명동 215-7번지 일원 유성CC 소나무 군락이 붉게 물든 채 상당수가 고사돼 있었다. 신록(新綠)이 가득한 계룡산 국립공원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송충이 떼는 유성CC 내부는 물론 외부 도로까지 기어 다니며 피해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송충이 출몰에 따른 피해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였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산림청이 충남 연기 일부지역에 송충이 발생소식을 전한 지난 17일 이전부터 유성CC 운영위원회 등 회원들이 골프장 운영업체에 긴급방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골프장 운영위원인 A 씨는 “지난 14일에 회원들이 사진까지 찍어서 운영업체에 개선을 촉구했는데도 ‘내년에 소나무 새 순이 돋을 것’이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해왔다”며 “골프장 경관이 크게 훼손되면서 회원권 가격이 하락하는 등 회원들에게 재산상 피해까지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급기야 회원 권익단체인 운영위원회가 3차례나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하고 나서는 등 송충이 출몰에 따른 후폭풍이 일고 있다.

운영업체인 유성관광 측은 ‘담당자 부재’를 이유로 금강일보 취재요청을 거부하는 등 이 문제와 관련된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문제가 심각해지자 담당구청인 유성구에 방제요청을 하는 등 늑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유성구 산림담당자는 “최근 골프장 측이 자체방역을 하는데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니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와 2∼3차례 방역에 나섰다”며 “송충이가 주로 리기다소나무에만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계룡산 등으로 크게 번져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림 전문가들은 송충이 창궐에 따른 위험성이 결코 작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고상현 연구사는 본지와 전화인터뷰를 통해 “올해 유독 송충이 피해가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유는 상반기 이상고온 등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송충이 발생지역에 충분한 방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에 피해 범위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성CC 송충이 창궐이 계룡산국립공원 등으로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는 의미다.

솔나방 애벌레인 송충이는 1년에 1세대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지난 1996년 이후 일부 중부지방에서 1년 동안 2세대가 나타나는 등 기후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특히 소나무만 먹이로 삼던 송충이가 리기다소나무와 잣나무 등에도 피해를 주면서 산림훼손의 주범으로 악명이 높아졌다.

김재중 기자 jjkim@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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