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세종', '세종' 하지말자
너무 '세종', '세종' 하지말자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05.2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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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세종으로 획일화된 명칭 변경, 다양성 감안해야

바꾸는 게 능사(能事)인가.
‘세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세종시에 들어와 보니 모든 게 ‘세종’으로만 통했다. 여느 집 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수십 년, 수백 년 된 전통이 ‘세종’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었다. 어디를 가나 ‘세종’이 넘쳐흘렀다.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식의 발상이 다양성을 약하게 만들면서 전통을 훼손하고 있었다. 정말 모든 게 변해도 결코 변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가치도 세종이라는 물결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그래서 획일화되고 인위적인 것이 뚝배기에서 나오는 된장 냄새를 덮어 버렸다.

얼마 전 부안 임씨 대종회는 세종시 법정동 중 ‘박연동’을 두고 회의를 열었다. 남면 나성리를 ‘박연동’으로 바꾼다는 행정구역 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나성은 알다시피 도성의 외곽을 지켜주는 또 다른 성곽, 즉 외성을 의미한다. 나성리는 그러한 역사성에서 유래된 지명이었다. 백제시대 토성이 지금껏 남아있고 부안 임씨로서는 중시조인 전서공 임난수 장군과도 연관이 있는 지역이어서 고수를 건의했다.

   부안 임씨 대종회는 '박연동'으로 동명을 변경하려는 '나성리'에 대해 역사성과 전통을 내세워 나성동으로 유지해 줄 것을 건의했다.<사진은 나성리 입구에 서 있는 안내석>
아악을 정리한 ‘박연’을 ‘세종대왕’과 결부야 시킬 수 있지만 출신지역이 영동이라는 점이 선뜻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조상의 숨결이 배어있는 동명을 버리고 영동 출신을 이곳에 새로이 심어야 한다는 사실이 후손들이 한 목소리를 내게 했다.

미리 말하지만 이 문제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세종’은 오히려 다양성을 없애면서 도시를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반드시 경계해야할 문제다. 파격을 두지 않는 기계화되고 찍어낸 듯한 명칭으로는 명품도시는 어렵다.

세종시 예정지역 남쪽에 위치한 금남농협 간판도 ‘남세종’으로 교체되었다. 너무 낯설었다. 오랜 역사성을 가진 명칭을 역시 ‘세종’이 잡아먹었다. 전국 농협 회의가 열렸을 때 금남농협이라면 쉽게 알겠지만 ‘남세종 농협’이라면 당연히 “그게 어디 있는 거야”라고 되물을 것이 분명하다. 참으로 독창성을 버리고 보편성을 선택한 어리석은 결정이었다. 예정지역 내야 일면 어쩔 수 없는 점도 있지만 굳이 바깥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세종시에 들어온 지 반년에 불과하지만 이런 예는 너무 흔했다.

지난 번에는 조치원고가 세종고로 변신했다.
마찬가지 맥락이다. 분명 내부적으로 찬반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에게 선택하라면 두말없이 ‘조치원고’ 쪽이다. 세종고는 세종시 예정지역 내 신설되는 학교 명칭으로 적합한 이름이다. 그게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다.

이름은 부르거나 기억하기 쉽고 어감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나쁜 이름도 1만 번 만 불려 지면 독기(?)가 빠진다고 한다. 수없이 불리어졌을 전통적인 명칭이 세종시에 함몰되는 것 같아 너무 아쉬웠다.

지난 일이지만 아산과 온양이 합쳐지면서 온양을 버렸다. 여론조사가 결정의 방법으로 원용됐다. 아산보다는 ‘온양’이 온천 도시의 상징이었다. 그걸 외면한 작명으로 지금까지 아산은 어딘지 모르게 역사성이 부족하고 강제로 끌어 붙인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다.

물론 나성리를 박연동으로 바꾸는 걸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한번 교체하면 자자손손 내려간다는 사실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너무 자신이 논리에 빠져서 주변 의견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같은 논리는 세종지 주변 지역에도 함께 적용되어야 한다. 너무 ‘세종’, ‘세종’하고 따라갈 필요가 없다. 뒤 늦게 세종시에 들어온 아직은 이방인인 기자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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