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
세종시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
  • 이재관
  • 승인 2011.12.26 14:4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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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칼럼]세종시에서 누릴 삶의 가치, 먼저 생각해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로 가지 않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에 잔류하는 부처로 이동하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종종 실린다. 세종시 출범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달가운 뉴스는 아니다.

사람마다 다 사정이 있고 나름의 가치가 있기에 남의 얘기를 너무 가볍게 얘기하는 것도 도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자가 경험했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러니까 1989년에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1년간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결정된 근무부처는 내무부였다. 당시 내무부에 발령을 받으면 지방근무가 필수였기에 충남도청을 희망한 필자는 충남도청이 있는 대전으로 가야 했다. 그 때 심정은 패배자, 낙오자와 같은 기분이었다. 서울에 있는 번듯한 부처에서 근무하는 상상을 하고 있었기에 그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런 심정으로 대전에 내려와서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언제든 서울에 올라 갈 기회만을 엿보게 되었다. 서울에만 있으면 어느 부처든지 가고 싶었다. 서울에 가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 짓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주위의 공직 선배들은 만류했다. 길게 보라고, 크게 보라고 했지만 사실 귀에 잘 들어오진 않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이젠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기러기 공무원의 일원이 되었다.

충남도청 근무 결정에서 오는 상실감과 패배감...겉 멋든 자신 발견

당시 젊은 사무관에게 지방근무라는 것이 왜 상실감과 패배감을 안겨 주었을까? 겉멋이 들었다는 말이 딱 맞는 듯하다. 빌딩 숲속에 파묻혀 있으면서 문명의 첨단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고,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누리지도 않으면서 괜히 문화인 인양 우쭐해 졌고, 숨 막히는 지하철과 거북이 걸음의 대중교통도 고통이 아닌 도시민만의 특권으로 착각했던 것은 아닌지 말이다.

지방에선 빌딩 숲도,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도, 빽빽한 지옥철도 경험하기 힘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단 생각이 든다. 요즘 개그프로그램 중에 서울 말씨를 흉내 내는 코너가 인기다. 서울 것은 좋고 지방 것은 뭔가 좀 빠진다는 의식이 저변에 자리 잡은 그 시대상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지금은 지방 예찬론자가 다 되었다. 아니 세종시 예찬론자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세종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명품도시를 지향한다. 단군 이래 최고의 국책사업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재원을 투자한다. 그 규모만도 22조 5천억원에 이른다. 도시설계부터 세계적인 전문가 공모과정을 거쳤고 그 하나하나의 계획이 그동안 도입된 적이 없는 새로운 방법과 기법에 의해서 채워지고 있다.

종전의 도시구조가 중앙에 핵심시설이 밀집된 것이라면 세종시는 중앙에는 녹지공간이 배치되고 주변에 생활권을 구축하는 환상형 도시구조로 친환경적으로 조성된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이 구축되고 내부 도로망도 BRT라고 하는 최첨단 광역교통망이 구축된다.

중앙부처와 소속기관, 국책연구기관이 이전하는 것에 더하여 도서관, 문화시설 등이 입주하고 최고의 교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되는 학교만도 150개에 이르고 시설은 IT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시스템이 도입된다. 한마디로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깝다.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불편함조차 생활이 되는 서울보다 마음의 장벽 무너뜨리는 결단 필요

그런데도 세종시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실제 갈 형편이 어려운 사람도 있다. 부모를 모시거나 맞벌이 부부라든가 자녀들 학업관계로 부득이 형편이 닿지 않는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충분히 납득이 간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업무차 서울 출장기회가 종종 있다. 서울역에서부터 비집고 다녀야 할 정도의 사람과 사람들 속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도로위의 차량들은 한발 이라도 앞서려는 듯 곡예를 벌이고, 여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도시민의 바쁜 발걸음에선 각박함이 묻어 나온다.

이런 생활에 익숙한 도시샐러리맨에겐 이런 일상이 어색하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불편함 조차도 생활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멋들어진 전원생활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전원생활이란 것이 생각만큼 간단치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필자도 꿈속에서나 그리는 그런 상상일 뿐이다.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버렸으면 해서 하는 말이다.

세종시에 가지 못할 이유를 찾기보다는 세종시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삶의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니 무엇이 더 좋다고 일일이 얘기할 수는 없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세종시에 가야 할 이유를 하나씩 하나씩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이재관, 충남 천안 출신, 성균관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홍성 부군수,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충남도 경제통상실장, 행안부 세종시 출범준비단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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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2012-01-31 15:18:32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세종시에 가야할 이유 찾기..동감입니다

중원 2012-01-10 08:55:21
앞으로 세종시는 누구든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을 굳게 믿습니다.
아름다운 금강을 바라보며 삶의 여유를, 도시내 많은 녹지와 편리한 교통, 최첨단 의료 문화시설 등 등
활기찬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풍요 및 여유로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곳

아이들과 푸른 금강의 물결을 따라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행복한 꿈을 꿉니다.

푸른하늘 2011-12-28 16:06:50
서울..정말 너무 불편한거 같아요.. 사람들간의 정도 별로 없고

세종시 몇년후엔 너무너무 좋아 질겁니다.....단장님의 말씀 너무 멋지십니다. 화이팅 입니다.

세종시민 2011-12-26 17:56:26
공무원들이 오기 싫어하면 누가 오겠습니까. 모두다 솔선수범하여 세종시만의 장점을 되살려야 합니다. 세종시의 삶의 가치를 생각하라는 단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