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은 섰으나 미래는 포기했다”
약 1년 동안 공들였던 세종시 행정구역 조정이 원점으로 돌아가자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난과 함께 출범 준비단의 행정력 부족, 일부 조정위원들의 ‘내 몫 챙기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규모의 경제와 행정의 비효율성, 도시계획의 어려움 등 예견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세종시의 미래를 담보해줄 수 있는 안으로 최종 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세종시 출범 준비단은 지난 9일 주민공청회를 열고 남면 4개리와 서면 3개리, 서면 10개리와 조치원읍을 통합하는 안, 남면 4개리와 서면을 합치는 안을 1,2안으로 제시, 주민 여론을 수렴했다. 물론 이날 공청회에서는 남면과 서면을 그대로 두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1, 2안이 토론의 대상이었다. 다음 날 언론도 이 둘 중에 하나가 최종안으로 채택될 것으로 예측보도를 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무성하다. 그 지역 선출직 의원과 농협 관계자가 담합, 로비로 ‘제 밥그릇 챙기기’를 앞세워 해당지역은 물론 세종시 발전 구도를 흐트려버렸다는 말에서부터 출범 준비단의 부족한 행정력 등이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다. 최종 결정이 법적인 효력은 없으나 현실적인 구속력이 있어 출범 준비단에서 선호했던 1안으로 밀어 부칠 수 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알다시피 적은 면적과 인구로는 규모의 경제를 찾을 수 없다. 행안부에서 시군 통폐합을 유도하고 특별교부금을 내려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준에서 보면 4개리로 면을 존치시키는 건 잘못된 결정임에 틀림이 없다.
미니 면에 시행되는 도시계획과 선거구 획정의 어려움, 행정력 낭비 및 인력 비효율성, 그리고 세종시 전체 발전 구도를 생각하면 투자 대비 효과는 너무 미약하다. 즉,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는 말이다.
어째든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면 다 채우기 전에 고쳐야 한다. 선출직 의원들의 고충, 즉,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해주면서 세종시 전체 발전을 예약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찾아야 한다. 출범단 일각에서는 ‘결정이 났으니 그냥 그렇게 하자’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요컨대 조정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그건 아니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잘 못을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건 업무 태만이다. 행정구역 조정위원회 결정이 반드시 ‘정’(正)은 아니다. 하나의 결정일 뿐이다. 또, 지금의 선택을 보는 시각이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잘못된 결정으로 보고 있다면 그건 잘못되었다고 봐야 맞다.
방법까지야 알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그게 당장은 곤혹스럽더라도 세종시 긴 역사로 볼 때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게 공직자의 바른 자세이다. 의지를 갖고 찾으면 방법은 분명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