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박형식, "사랑하자"
아이돌 가수 박형식, "사랑하자"
  • 강혜주
  • 승인 2014.01.23 16: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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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강혜주 조치원여중 교사..."사랑, 사랑, 또 사랑하자"

 
   조치원여중 강혜주 교사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이다.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속성상, 지금 여기 있는 사람과 사물, 나를 둘러싼 대상이 존재하는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말이 아닐까한다.

2013년을 마무리 하며, 내 삶의 화두는 "순간의 가치로움"이었다. 학급문집을 만들며 2013년 우리 반 아이들의 사진을 보았다. 학기 초, 녀석들의 젖살 오른 아기의 모습들이 사라지고 어엿한 숙녀의 모습들로 변화되었음에 감탄하며, 오늘 만난 아이들의 얼굴은 내일이면 영원히 볼 수 없는 유일한 것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서 만남의 순간이 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더불어 이 아이들의 가장 청초하고 어여쁜 시기를 함께 살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지난 2013년은 내게 매우 특별한 시간이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경상도를 떠나 세종시로 삶의 자리를 완전히 옮겨왔고 또 새로운 학교로 부임하였다. 당연히 새로운 만남들이 생겨났고 활기와 동시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긴장감도 더불어 있었다. 이렇게 맺어진 새로운 만남 중 단연 최고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담임을 맡고 있는 2학년 4반 아이들과의 만남이었다.

“안녕, 얘들아!”
처음 교실 문을 열며 인사했을 때,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던 아이들. 아마 첫 시간에 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마음껏 사랑하겠노라고 말했던 것 같다. 모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중 연예인들이 군대 생활을 체험하는 “진짜 사나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여러 연예인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나는 ‘박형식’이라는 아이돌 가수 출신의 연예인을 주목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힘든 훈련과 돌발 상황, 심지어 자신이 비난을 받는 상황 가운데서도 그는 늘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힘든 훈련을 받을 때는 자신감을 보이며 최선을 다해 참가하였고, 돌발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문제를 해결하되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여유를 보였으며, 자신이 비난 받는 상황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며 고치기까지. 한마디로 그에게서는 ‘사랑을 듬뿍 받은 티’가 났다. 충분히 사랑을 공급받은 사람에게서만 풍겨져 나오는 여유, 그런 것이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이다.

얼마 전에 ‘진짜 사나이’에서 주인공들이 부대를 옮겨 관물대에 자신의 좌우명을 쓰는 내용이 방영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박형식은 ‘서로 사랑하자’라는 문구를 좌우명으로 썼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마다 그를 보며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커야하는데, 사랑받은 사람만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데, 삶을 누리며 살 수 있는데......’ 늘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를 지닌 존재이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생일 파티를 하며 서로의 존재를 함께 기뻐했고, 수학여행의 반별 장기자랑 대회를 함께 모여 준비하며 서로를 더 알게 되었으며, 교내 UCC 대회에서 모두가 참여하여 만들어낸 작품을 통해 친밀함과 더불어 우리는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도 무럭무럭 자라갔다. 물론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는 2위를, UCC 대회에서는 1등을 덤으로 얻었다. 상으로 얻은 상금으로 맛있는 것을 나눠 먹으며 또 정을 쌓고 사랑을 나누었다.

6월 11일, 아이들과 내가 만난 지 100일째 되던 날, 나는 아이들과 이 날을 기념하며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조치원여중 2-4, 100일째 만남을 기뻐하며! ♥혜주샘과 딸들♥’이라는 문구를 새긴 수건을 선물하였다. 그리고 그 날, 아이들에게 선물과 더불어 내가 쓴 편지를 직접 낭독해주었다. 이 지면에 다 쓸 수는 없지만, 간략한 내용은 이러했다.

사랑하는 공주들아! 선생님은 너희들이 공부를 잘 해서, 말을 잘 들어서, 선생님에게 무엇인가를 해 주어서 너희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란다. 너희들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너희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해. 너희 있는 그대로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단다. “YOU are GOOD ENOUGH for ME!” 이 말을 직접 해 주게 되다니, 마음이 뭉클하구나. 이건 선생님 진심이란다. 만약 이 세상에 너희를 대가 없이 사랑하고, 너희가 무조건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선생님일거야. 더 잘 해주지 못해 늘 애 닳고 안타깝고 그렇단다.

 

선생님이 너희에게 바라는 것은 더 좋은 사람, 더 인격적인 사람,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세상을 유익하게 만드는 사람이 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아껴준다면 선생님은 더 바랄게 없단다. 선생님 또한 선생님의 존재 그대로를 사랑해 주시는 그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기에 또 받고 있기에, 더 깊이 알아가고 있기에, 나 또한 너희를 그렇게 사랑하고 싶단다. 사랑해, 내 보석들. 우리에게 주어진 함께 할 수 있는 이 시간, 서로 후회 없이 뜨겁게 사랑하자.

물론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기에 아이들을 온전히 사랑했는지, 또 제대로 사랑했는지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보며, 그 존재만으로 가치 있음을 늘 되새기고 사랑하려 노력했다. 이 작은 한 사람의 부족하고 온전치 않은 사랑에도 아이들은 너무나 잘 자라주었고 놀랍게도 학습능력까지 향상되었다. 학기 초에 치른 시험에서 9개 반 중 6등을 했는데, 다음 시험에서는 5등, 그 다음 시험에서는 3등, 그리고 마지막 시험에서는 1등을 한 것이다.

겨울방학을 하는 날,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은 문집을 나눠주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참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문집을 읽던 아이들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선생님, 눈물 날 것 같아요!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너무너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다시 사랑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것도,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오직 사랑이기에,
2014년 한 해.
다시 또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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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sunㅇ빠) 2014-04-18 00:31:09
감사합니다.세종의 소리에서 만나뵙습니다.작년에 2학년의 우리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매번 선생님의 학생에 대한 관심과 솔선수범,그리고 뭔가 소중함을 전달하시는 (학창시절의 추억) 선생님의 아이들 사랑에 늘 감사했었습니다.이 마음,이 사랑,먼 훗날 선생님께 진정한 사랑으로 전해 질거라믿습니다.(휼륭한 제자가 나올거라 믿고,선생님의 그 마음을 잊지않고 생활하는 우리 딸에게 언제나 만족하며,감사드립니다.)수고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