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불통'이로소이다
MB는 '불통'이로소이다
  • 최순희
  • 승인 2011.12.23 14: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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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희칼럼]이견 용납못하는 정치..."세종시 질문 피해달라"

얼마 전에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배달된 유머가 지인들을 빵~터지게 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뒷짐을 지고, 타지에 나가 있는 아들, 딸 혹은 조카에게 안부를 전하는 설정인데, 고양이가 구사하는 전라도 사투리가 얼마나 감칠맛이 나던지..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래 링크를 따라 들어가 보자.
http://www.youtube.com/watch?v=HBDvb6Glr7s&feature=youtube_gdata_player
<이 칼럼을 쓰면서, 확인하기 위해 링크를 접속해 본 결과, 이 동영상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차단됐다. 클릭을 하면 '사용자에 의해 삭제되었다'는 안내문구가 나온다. 그 과정을 유추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칼럼을 쓰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웃음 포인트가 두 가지로 나뉜다는 뜻이다. 첫째는 마치 내가 아는 누군가(부모님 혹은 삼촌, 이모, 고모)가 말하는 것 같이 리얼하면서도 정답게 느껴지는 전라도 사투리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제, 쥐를 잡으러 가야겠다"는 고양이의 '세이 굿바이'를 하는 대목이다.

때로 유머는 현실을 재현하거나 재구성한다. 어느 정권이나 말기에 들어서면 레임덕은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대놓고 까부셔야할 타도의 대상을 상정하여 유머로써 버무린 이 동영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우린 그가 후보일 때부터 울려대던 경고음을 무시해온 원죄가 있지 않은가? 다만, 날수로는 사흘 뒤 시간상으로는 이틀을 꼬박채운 후, 그것도 두 시간 후에는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북한당국의 공식발표 뒤에도, 김정일의 유고상황을 알아채지 못하는 정부의 수장 노릇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쯤은 알았어야 고양이가 '씹어버리겠다'고 결의를 다지는 수모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그 자신이 자초해 온 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그는 불통의 달인이요, 김정일 사태는 또 다른 형태의 불통의 결정판인 셈이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그는 국민과는 소통하지 않았으며, 북한으로 부터는 알아야할 정보도 얻지 못하는 불통상태의 레임덕을 맞이한 지도자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대통령은 그가 후보일 때부터 언론과의 소통에 대한 이해와 상식에서 벗어난 지도자였다. 2007년 9월18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정강정책 연설 녹화가 예정돼 있었지만, 이 후보는 MBC스튜디오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관위가 '개인적인 일을 원고에 쓰지 말라'고 하였다 해서 일정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이다.

MBC에만 그런 건 아니다. KBS 초청토론에서는 조율된 질문만 받겠다고 하더니, 막판에 후보자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언론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는 일들이 다양하게 전개되었다. YTN, KBS, MBC의 사장들을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낙하산 인사를 했다는 소문(?)이 그것이며, 그의 최측근을 방송과 통신의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에 선임한 사실은 두고두고 따라다닐 '언론 내편만들기'의 교본이 될 것이다.

그의 대언론 치적(?)은 이에 그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주도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를 통해 의회민주주의가 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여 기억하도록 하는 단초를 제공하였다. 최근엔 이러한 미디어법의 매뉴얼에 따라 마무리된 후속작업으로 조·중·동과 매일경제에 허가된 종편채널들이 속속 출발하는 등 우리나라 미디어지형을 파국으로 이끄는 삽질을 해댔다.

불리한 건 듣지도 말라는 언론 대처 방식, 사회 바퀴를 뒤로 굴러가게 만들어

언론에 대한 이대통령의 대처방식에는 세종시와도 관련된 일화도 있다. 2009년 9월, 일 년을 넘겨 오랜만에 출입기자들과 갖게 된 청와대 기자회견에서도 민감한 질문을 피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다. 당시는 온 국민의 관심이 세종시에 집중되던 시기였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그와 관련한 질문과 답변을 하지도 듣지도 못했다.

이는 불리한 것은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이대통령의 대 언론 대처방식에 충실히 따랐으며, 그가 띄운 7·4·7공약과 같은 분홍빛 애드벌룬만 조명한 언론의 책임 또한 크다. 얼마 전에는 각 인터넷 포털에서 김윤옥 여사가 장병들을 위문하던 자리에서 언급한 대통령의 소통방식이 도마위에 올랐다. “인터넷에서 뭐라 그러면 저는 무조건 패스다”라고 한 발언 때문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온 비판에 대해서 귀를 닫고 소통을 거부하는 듯한 태도가 이대통령의 불통방식과 맞닿아 있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 언론에 대해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일방향 소통만을 고집하고, 온라인 여론에 대해서는 귀를 막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국회 날치기를 통해 4대강 사업 예산을 통과시키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과정에서도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민주적 리더십의 기본인 양방향 소통과 설득의 태도를 찾아보기 힘들고 방법이 어떠하든, 오직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1970년대의 성과주의식 사고법이다.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까운 명제이다. 미국의 저명한 법학자 카스 선스타인이 그의 저서 <왜 사회는 이견이 필요한가>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지론이기도 하다. 그는 한 방향의 목소리만 갖는 동조의 위험요소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보의 빈곤 현상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서 조직이든 국가든 이견을 환영하고 개방성을 보장할 때 번영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이 얼마나 사회를 후행시키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한다.

문제는 새롭게 환골탈퇴, 뼛속까지 쇄신하겠다고 나선 한나라당 역시 비대위의 위원장 추대과정에서 만장일치를 당연한 귀결로 여기는 여당의원들의 행태와도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들은 뼛속까지 바뀔 수 없는 동일한 DNA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만방에 알린 셈이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가 미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웹이 구축한 다양한 의견의 표출과 수렴에 있어서의 평등(참여와 공유)과 개방, 규모의 경제는 이제까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예측도 허용할 만큼 눈부신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 나라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일방향으로 소통할 것인가, 말것인가를 논하지 말라. 이미 고양이는 우리집 PC에도, 가방의 노트북에도, 손안의 스마트폰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최순희, 대전출생, 충남대, 목원대(석사), 충남대 언론정보대학원(박사수료), 대전MBC R·TV 프로듀서, 편성·보도제작부 부장, 미디어 포럼 대표(현), 홍익대, 목원대 출강(현), 이메일 : luxcia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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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2012-01-02 21:02:43
인생유전이다
호랑이가 고양이, 그 고양이는 새앙쥐가 되고...
그런데 그 생쥐는 죽지 않는다
고양이와 호랑이 보다 지능이 한 수 위다
죽지 않으려 곰수를 부렸을 수도..

좋은세상 2011-12-30 17:52:42
늘 이맘때면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 작금의 현실에서 아쉽고 안타까운 힘든 이야기를 어렵지않게 전개하였군요. 자, 이제 가는 년이야 어쩌겠어요. 오는 년이나 소통하는 세상을 기다려 봅니다. 세종의 소리- 홧팅!!!

대왕마마 2011-12-23 15:31:22
글발이 쎄군요. 잘 읽었습니다. 언제나 신선한소재로 글 잘 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