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부모님 생각하며 어르신들 모시고 싶었습니다”
8일 오전 11시 연기에서 유명한 고복저수지 옆 마을에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 ‘우리들만의 효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면 신대 1리 마을 노인회관 앞에서 바로 이 마을 이장 김종일(58)씨가 작고한 부모님을 모시듯이 마을 어른들에게 한바탕 잔치를 베풀고 있었다.
“우리 동네가 생긴 이래 이런 효 잔치는 처음입니다. 동네에서 비용을 같이 대겠다고 하자 혼자 하겠다고 나선 김종일 이장이 너무 고맙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홍순동(72)할아버지는 연신 막걸리 잔을 권하면서 어버이날을 뜻 깊게 만들어 준 ‘고마운 이장’에게 감사의 말을 쏟아냈다. 김 이장은 이날 500만원을 쾌척해서 노인 분들을 즐겁게 만드는 향연을 베풀고 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마음씨가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젊은 나이도 아닌데 마을 분들 150명에게 푸짐한 상품과 함께 음식을 대접하는 건 요즘 젊은이들이 정말 본 받아야 할 일입니다.”
연신 어깨춤을 추면서 흥에 겨워하던 한 할머니는 이장 칭찬을 잔치상 만큼이나 푸짐하게 늘어놓고서는 초청 가수의 노래에 맞춰 무대 한가운데로 나가 몸을 흔들었다. 김 이장은 음식에다 자전거 경품, 밴드, 그리고 가수 2명을 초청, 이날 하루만큼은 어버이로서 고단한 삶을 잊게 해주었다.
김 이장은 이 마을 출신으로 11년 전 전동면에서 건축업으로 생활을 해왔었다. 지난 해 귀향하자마자 동네 젊은 이(?)로서 이장을 맡게 되었다. 동네 어른들의 크고 작은 일을 거들어주면서 늘 마음 한켠에는 15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바로 어버이 날 ‘효 잔치’였다. 그걸 올해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부모님은 노년을 쓸쓸하게 보내셨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어른들을 뵈니 문득 돌아가신 어른이 생각나서 올해 바로 실천을 한 것 밖에 없습니다.”
김 이장은 겸손의 말을 하면서 “이 분들이 곧 저의 부모님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효’(孝)에 대한 질문에 “핵가족시대라 그런지 나이 드신 분을 대할 때 흐트러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끝까지 부모님은 자식들이 모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효 잔치를 목격한 박경자 효예절지도사는 “보이기 위한 효가 아니고 진정한 효의 실천으로 귀감이 된다”며 “동양사상에서는 자신의 부모에게 잘 하는 것을 작은 효, 즉 소효(小孝)라 하고, 남의 부모까지도 잘 모시는 일을 대효(大孝), 즉 큰 효라고 하는 데 김 이장은 큰 효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자’를 좌우명으로 삼은 김종일 이장은 “앞으로도 동네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사시도록 친부모처럼 최선을 다해 모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