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활동할 인재 필요"
"세계 속에 활동할 인재 필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3.12.2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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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남훈 세종국제고 교장, "대학진학이 목표가 아니다"

   김남훈 세종국제고 교장은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학생보다 세계 속에서 활동할 인재가 많이 지원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국제고의 교육 목표를 설명했다.
“막 출범한 상태라서 초석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출발은 비교적 잘 되었다고 봅니다. 다만, 선생님들이 전국 각지에서 오시다보니 학교의 충분한 이해와 학생들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습니다.”

개교 10개월여를 맞은 세종국제고 김남훈 교장선생님(58)은 “학교는 2년 정도 지나면 안정이 되고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생활지도 부문은 학생들에게 자율적으로 진행하지만 지도에 좀 더 엄격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11시 국제고 교장실에서 만난 그는 “좋은 대학 진학보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것과 자신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목표 설정을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재 육성이라는 큰 목표를수립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학부모의 기대와 괴리(乖離)가 있을 수 있다. 좋은 대학 진학을 원하는 현실적인 목표와 조금은 추상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간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간극(間隙)이기도 하다.

“우리 학생들이 영어 쪽에서는 다들 우수합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에 가려면 수학 등 다른 과목들도 역시 좋은 성적을 필요로 하는데 부모님들이 원하는 만큼 대학에 갈 수 있을 지는 확신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준을 정확하게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국제고 입학=성공’ 등식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식시키고 있다. 단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난 재능과 장점을 최대한 키워주려고 노력을 하고 학교가 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그 방법은 ‘의무 귀가’다. 전원 기숙사 생활에서 매월 한차례씩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그 때 ‘소통’을 하고 자신의 위치와 학교의 정책 방향을 정확하게 부모님들에게 알려주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과 사회적 배려 방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특목고에서 다른 학생들을 따라 가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 관련, “입학 당시 사교육을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성적이 낮을 수는 있지만 자기 주도적 학습이라는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졸업할 때쯤이면 오히려 앞서게 될 것”이라는 말과 함께 “큰 문제는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선행학습의 환경을 갖지 못한 탓이지 공부 자체를 못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는 이를 “출발이 조금 늦은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이해를 시켰다.

국제고의 자랑거리를 딱 한가지 만 들려달라는 요청에 그는 “지난 여름방학 때 40명을 선발,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현장 체험 학습을 시킨 것”이라며 “선진국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이제는 우리가 선진국이고 도와줄 수 있는 현장을 보고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고의 세종시 유치는 정부 세종청사의 이주공무원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좋은 학교가 세종시에 위치해야 자녀들을 동반해서 이사를 오게 된다는 정책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

“맞습니다. 좋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만 있다면 이주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조사는 하지 않았지만 대략 15-20%가 공무원, 또는 공기업 종사자 자녀로 보고 있습니다.”

이주공무원 자녀의 입학 여부에 상관없이 국토 중심부에 위치한 세종시에 국제고와 같은 특목고가 많이 들어선다면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해 세종시의 뿌리를 만들면서 먼 훗날 큰 나무가 될 것은 분명했다.

김 교장은 2007년부터 3년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총 영사관에 한국 교육원장으로 근무했다. 그곳에서 미국 학생들을 많이 경험했다. 우리학생들과 차이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학생들에 비해 우리나라 학생들이 토론과 토의에서 자기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승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학생들은 토론이나 토의에서 주장을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승복하지 못합니다. 전체 주장 속에 자기주장을 포함시켜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다. 아직도 스스로를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역사와 전통이 한류로 표현된 것이고 우리 것이 세계적이라는 점을 이제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필수라는 게 김교장의 생각이었다.

그는 “내가 정말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은 지원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며 “힘든 일이 있더라도 오지나 다른 나라에 가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알리고 이 세상 사람들을 도우려는 그런 학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교장은 세종 국제고의 위상을 다른 지역 국제고와 비교할 바는 안 된다며 아직은 배워나가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좋은 부분만 보도해준 언론에 감사드린다는 말로 대담을 마쳤다. (연락처) 044-4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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