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쿠 내 새끼, 사랑하는 통키들아!"
"어이쿠 내 새끼, 사랑하는 통키들아!"
  • 신상은
  • 승인 2013.12.0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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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대동초 신상은 교사...27명의 ‘피구왕 통키’ 이야기

 
        대동초 신상은 교사
“선생님 오신다!”
교실 뒷문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내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후다닥하는 발소리들과 함께 그제서야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번이라도 내가 오기전 자리에 앉아 조용히 아침활동을 하면 좋으련만 어쩜 할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교실 뒤편에서 우르르 모여 놀다가 내가 오고서야 제자리로 돌아간다. 매일 아침 우리반의 풍경이다. 이렇게 활동적인 탓인지 공부는 꼴찌,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언제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반이다.

공부는 꼴찌지만 우리반 아이들이 최고로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학교는 매주 한번씩 중간놀이 시간에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데 4학년 아이들은 금요일마다 반대항 피구경기를 한다. 매주하는 피구인데 질리지도 않는지 중간놀이만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 금요일 아침, 비라도 오는 날이면 입이 잔뜩 나와서는 비가 언제 그치는지 창밖만 보느라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다.

그도 그럴것이 2학기 들어서 한번도 진적이 없다. 1학기 마지막 경기에 억울하게 져서 2위를 했더니 2학기에는 이를 갈았나보다. 피구공까지 사서 점심시간마다 연습하더니 그 사이에 실력이 부쩍 늘었다. 오늘 중간놀이 시간, 어느새 훌쩍 다가온 겨울 날씨에 운동장에 나가기를 꺼려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내 주위로 몰려와서는

“선생님, 빨리 나가요~! 오늘도 우리반이 이길거예요!”

팔을 잡고 흔들며 재촉하는 아이들! 운동장에 나가자마자 찬바람이 부는데도 점퍼까지 벗어던지고 경기에 나섰다. 아이들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패스기술은 어디서 배웠는지 다이아몬드 기술을 구사하며 공을 이리저리 날린다.

공을 잘 못 던지는 아이들은 자신만의 최선의 방법으로 요리조리 피하기도 잘한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경기에 열심히 임하는 아이들을 보니 어릴적에 즐겨보던 ‘피구왕 통키’ 만화가 생각이 났다. 그 결과 오늘도 승리다. 연구실에 올라와 승점을 따져보니 다음주 마지막 경기에 지더라도 우리반이 1등이다. 내색은 안해도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승리보다는 최선을!’ 이라고 경기 전 아이들에게 누누이 말하지만 이기면 그 기쁜 건 아이들이나 나나 똑같다.

‘어이구, 이쁜 내 새끼들! 사랑하는 피구왕 통키들아! 오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최고였어! 다음주도 피구 멋지게 승리하고 이번에는 기말고사에도 1등해보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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