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엄마가 해줄께"
"괜찮아, 엄마가 해줄께"
  • 원선혜
  • 승인 2013.11.1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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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참샘유치원 원선혜, 신규교사의 첫 교단일기

 
   참샘유치원 교사 원선혜
 원선바깥놀이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나 둘, 색색으로 물들고 있는 낙엽을 줍고 있다보니 어느 덧 가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10월... 이제 나는 겨우 신규발령을 받은 후 8개월이 지나고 있는 병아리 신규교사이다. 그런데 8개월이란 시간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8개월이 정말 8년같이 많은 기억으로 가득하다.

나는 일반 기업체에서 근무를 했고, 두 자녀를 키우며 교사의 꿈을 이루게 된 비교적 흔하지 않은 경력을 가진 신규교사이다. 때문에 나에게는 교직의 길이 마치 인생2막과도 같다. 아직도 첫 아이의 ‘엄마’가 된 순간의 가슴 먹먹한 감동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온전히 나를 믿고 사랑하는 그 까만 눈망울을 마주하고 꼬물꼬물한 손가락을 잡으며 ‘너에게 만큼은 정말 좋은 사람, 훌륭한 엄마가 되고싶구나..’ 했던 다짐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렇게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시작한 유아교육공부는 나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키게 되어 좋은 엄마에서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으로 성장하였고, 결국 이렇게 교사로서의 두 번째 삶을 시작하게 되었기에 교사로서의 첫 발걸음은 나에게 더욱 뜻깊고 가슴벅찬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두 아이의 학부모로서의 시각으로만 살던 내가 막상 교사의 입장이 되어보니 이건 정말 날마다 새로운 충격의 연속이었다. 학부모로서 당연히 생각하며 했던 요구들도 교사의 입장이 되어보니 적지않은 부담이기도 했고, 일대일로서만 생각되던 아이와 교사와의 관계는 수십명을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고 상호작용 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상호작용의 관계였던 것이다.

너무 감사하게도 나를 너무 잘 따라주고 사랑해주는 아이들 한명 한명은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운데, 이런 사랑이 넘쳐 많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많은 요구를 할 때는 정말 정신도 없고 다 들어줄 수가 없어 쩔쩔 매기도 했고, 돌아서서는 미안하기도 했다.  또한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에 다 부응하지 못하여 생기게 되는 힘든 점들도 있었고, 내 진심과 노력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남모를 서글픔에 힘들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가 겪게 되는 이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말 이 길이 나의 길이구나 싶게 만들어 주는 것들은 바로 아이들이었다. 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생님,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선생님, 세상에서 제일 솜씨 좋은 선생님으로 믿는 바로 그 까만 눈망울들...

내가 하는 모든 것에 “와~” 하는 감탄으로 나를 최고의 선생님으로 만들어 주는 아이들의 그 믿음과 사랑이 진정 나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아직도 아이들이 나의 손 한번 잡으려고 앞 다투어 줄을 서거나, 등원하자마자 “선생님~”하며 내 품에 쏙 안길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작은 새처럼 재잘거리며 이야기할 때마다.. 난 내가 교사로 이 자리에 서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또 한가지 나를 지지해주는 큰 버팀목은 바로 함께 계시는 선생님들이다. 신규교사로 첫 발을 내딛은 나로서는 교직사회가 참 특별한 조직체로 느껴진다. 연령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선생님들이 ‘선생님~’ 하며 서로를 존중해주는 모습도, 힘든 일들이 생길 때 마다 서로 공평하게 일을 나누어 하는 모습도 나에겐 참 기분좋고 신선한 작은 충격이었다.

또한 학급에 관련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신규교사인 내게, 경력이 많으신 선생님들께서 “선생님이 잘 알아서 하실 거라고 믿어요. 다만 이러한 점들도 있으니 그냥 참조하세요” 하시면서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주시는 모습에서 교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전문인으로서의 자세라고 느껴져서 오히려 겸손하게 배워야 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신규교사이지만 나도 엄마이다 보니 재미있는 순간들도 기억이 난다. 아이들이 나에게서 어떤 편안함(?)을 느꼈던지 나를 ‘엄마’라고 부를 때가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응~?’ 하면서 서로 웃음을 터뜨린 순간들도 있었고, 활동을 하다가 어려움을 느낀 유아에게 다가가 돕는 다는게 그만 ‘괜찮아. 엄마가 해줄게’ 라고 말해버려 아이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린 순간도 있었다. 요즘도 아주 가끔 ‘엄’하다가 얼른 말을 바꾸는 순간이 있는데 그 때마다 나와 눈이 마주치며 웃는 몇 몇 아이들이 있어 서로 눈으로 비밀을 나누며 웃게 된다. 이 모든 기억이 마치 환생(?)을 한 듯,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신규교사로서의 나의 소소한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나는 가끔 다짐한다... 내가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를 잊지 말자고.. 내가 교사가 된 것을 바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했던 그 열정과 순수함에서 시작되었으므로...그 꿈은 나를, 내 인생을 변화시켰고, 이제 나를 통해 아이들을 성장하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감히 ‘좋은 교사’가 되고 싶다는 더 큰 꿈을 조심스럽게 꾸어본다. 물론 지금으로서는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 길이지만, 사랑하는 아이들과 곁에서 함께 걸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마음만은 한없이 든든하고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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