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위를 운운하는 계절이 오면 항상 숙제처럼 내려오는 ‘사랑의 저금통’,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고 동전을 가득 채워 11월초가 되면 걷어오라는 공문이다. 교무실 각 담임 선생님마다 옆자리엔 사랑의 저금통을 가득 담은 비닐이 놓여있었다.
선생님들은 저금통을 보며 반 짜증, 반 걱정으로 한 마디씩 내뱉으신다.
“이걸 애들한테 나눠줘 봐야 공차기 하고 던지고 놀다 아무데나 굴러 돌아다니겠지. 이걸 11월 초까지 어떻게 다 걷어 오라는 거야.”
그렇다. 선생님들의 말씀처럼 분명 우리 개구쟁이 남중 아이들은 집어던지고 발로 차고 놀다 어디선가 잃어버리고 없어졌다 할 것이다. 이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하든 머리 한 구석엔 저금통 고민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체육대회를 위해 예선전을 하는데 한 학생이 예선전 이기면 맛있는 거 사주냐고 물었다. 그 순간 나는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저금통의 해결책이 생겼다. 저금통에 초콜릿을 사다 붙이고 아이들에게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초콜릿 판매를 하는 것이었다.
가격은 최하 100원부터 살 수 있고 불우이웃돕기에 쓸 것이니 더 내고 싶은 사람은 더 내어도 좋다고 하였다. 아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호응도가 좋았고 사랑의 저금통은 조그만 초콜릿 하나에 불티나게 팔렸다.
100원부터 5천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각자 성심성의껏 가격을 매겨 사갔다. 나도 사랑스러운 우리 학생들에게 초콜릿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어 행복했고 아이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초콜릿을 사 먹으며 불우이웃돕기에 쓰인다 하니 더 흐뭇해하였다.
아이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싶었던 나의 취지대로 나눔이 초콜릿의 달콤함만큼 즐거운 일이란 걸 느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