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행복은 아니다
경제성장이 행복은 아니다
  • 임영호
  • 승인 2013.10.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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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행복경제학'..."중요한 건 경제의 지역화"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Helena Norberg-Hodge)의 『행복경제학』,이 책 제목만 보면 행복과 경제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 아닌 가 생각한다. 우리는 경제성장이 되면 행복을 느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저자는 경제성장과 행복은 함께 가는 사이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과거시스템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이다. 비효율적이고 경쟁력 없는 지역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이런 보호 장벽을 제거하면 성장이 보다 빨라지고 복지가 대폭 늘어난다고 떠들어 댄다. 거대 기업들에 속한 미디어들에 의해 이런 견해가 서구국가에 반복해 울려 퍼지고 있다."(P118)

국가와 대기업은 경제규모가 커지면 모든 사람과 계층이 잘살 수 있고 그래서 행복할 것이라고 선전한다. 소위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곧 행복을 가져온다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행복 경제학'
파이를 키우는 주요 수단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이다. 세계화를 앞세워 거대 은행과 다국적기업들이 전 세계의 시장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예상과는 달리 세계화를 앞세운 글로벌 경제모델은 모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결과를 낳지 않았다. 오히려 치열한 경쟁과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그래서 인간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 저자 호지여사는 이미 오래전에 지은 책,『오래된 미래』를 통하여 작은 티베트 '라다크'(Ladakh, 산길의 땅)가 서구식개발로 인하여 환경파괴와 사회적 분열을 겪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1970년대 중반 '라다크'가 갑자기 외부 세계에 개방되자, 건설된 도로를 이용하여 대기업의 제품들이 차량에 실려 오면서 '라다크'의 지역경제를 약화시켰으며 순식간에 대기와 수질이 오염되고 실업과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서구의 소비주의를 미화한 광고와 미디어 이미지가 󰡐라다크󰡑를 덮치면서 정신적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인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가 한심하게 생각하기 시작해서 문화적 열등감, 불화와 우울함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의미 있는 경제는 단 하나 바로 경제의 지역화이고 이제 세계화를 계속하지 말고 지역화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그래야 경제와 환경은 건강을 되찾고 도시화의 불건전한 조류를 막을 수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이 회복된다고 말한다.

경제의 지역화는 지역생산 중심의 농산물, 지역기반 기업과 지역은행, 지역에서 자급하는 에너지 시스템, 정이 살아 숨 쉬는 지역공동체를 지향한다. 데이비드 코튼(david Korten) 이 말 한대로 공동체와 상호부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 그 속에 진짜 행복과 진짜 복리가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소수를 위하여 막대한 부를 창출하나 중소기업과 지역경제는 바로 그들의 이웃을 위하여 투자한다.

식량은 누구나 어디에서나 매일 필요로 한다. 그래서 식량생산 방식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세계화는 그당에서 돈이 되는 단일 작물만 생산하여 팔고그래서 그 땅에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배제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지역시장을 대상으로 하면 농민들은 수많은 틈새 농업으로 다양화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대규모 에너지설비는 도시지역과 수출 지향적 생산단지의 수요에 맞추어서 생성된다. 반면 분산된 재생 가능한 에너지인 태양광, 에너지로 특수하게 만들어진 옥상 전지, 액체가 흐르는 창문 판유리, 얇은 필름 띠 전지 등은 마을과 소도시 농촌경제를 강하게 만들고 과 도화된 도시화를 막을 수 있고, 고용창출도 된다.

안정적인 지역 경제는 인간적 유대가 필요한 협동과 친밀, 상호의존적인 공동체의 근원이 되며, 지역 특정적인 지식은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소속감과 목적의식은 전통지식을 영속시키거나 재발견하게 한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자유시장이론의 찬양은 보호주의의 위험성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성장역사가 바로 보호주의 역사이다. 그들의 초기성장과정에서 모든 핵심 산업에 적절한 보조금지원을 포함하여 국가 주도적인 산업정책과 핵심 산업의 보호가 경제발전의 요체이다.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실제로 강요하는 국제기구는 WTO와 IMF이다. WTO는 모든 종류의 보호주의 정책을 아예 폐지시켰다. WTO는 지역공동체, 농민, 생태계, 문화적 전통이란 이유로 규제하는 것을 반대한다. 사실 자유무역이 아니라 강요된 무역이다.

1994년 1월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이 발효된 이후 멕시코는 일자리을 창출하기는커녕 76만 6천개의 일자리을 빼앗겼다. 캐나다 역시 27만 6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한다. NAFTA의 수혜자들은 오직 값싸고 규제 받지 않는 노동력과 통제받지 않는 환경, 법인세 삭감을 통하여 막대한 이윤을 챙길 수 있었던 거대 기업의 주주이다. 이 거대 기업들은 자신의 경쟁자들에게 자유무역과 경쟁이 적용되길 원한다. 그 기업들은 고속도로나 공항, 항만, 이동통신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다. 이것을 통하여 원가에 포함 안 되는 많은 혜택을 본다.

 

신자유주의정책은 자본시장 개방으로 연결된다. 이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없는 상태이다. 자본 유출입의 통제장치가 없으면 외국 금융의 갑작스런 자본의 대량유출을 막을 수 없다.

1997년의 우리나라 금융위기도 그렇다. 외환보유액이 달랑250억 달러로 바닥을 드러내자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 그리고 IMF는 금리인상, 보조금 지출금지, 긴축 예산 편성 등 긴축정책과 통화의 평가절하를 요구한다. 그리고 IMF대출금으로 외국계 거대 은행의 대출금을 갚고 부실기업과 공기업들을 헐값으로 팔아 대출금 갚는데 쓰게 한다. 많은 회사와 중요 재산이 외국기업이나 론 스타 같은 사모펀드에 팔리는 등 국부가 유출되었고, 많은 기업들의 도산, 실업의 증가,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각해졌다. 금융위기이후 이 어두운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위기국면에서 말레이시아 모하마드 마하트르 총리는 IMF의 요구를 거절하고 자본의 국외 유출을 통제하였으며 환율도 높게 유지하고 외국자본의 본국 송금도 1년간 정지시켰다. 이 결과로 말레이시아 정책들이 더 빠른 경제회복을 이루었고 실업 및 실질임금 감소가 적었으며 주식시장의 회복도 빨랐다.

IMF의 신자유주의 정책들은 개발도상국에는 재앙이다. IMF는 국가부도의 심판관이자 고문이면서 계획의 설계자이다. 많은 사람들은 IMF의 정책은 미국 등 선진국 초국가적 금융가의 음모로 본다. 미국의 금융위기 때는 한마디도 안하는 IMF가 그리스에는 구제금융 전제조건에 재정긴축을 요구한다. MF은 그들이 놀기 좋도록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든다. 어쩌면 정글의 무서운 사자와 같다. 겨우 숨통만 남기고 목을 조른다. 장하준 교수는 그리스위기는 그리스의 복지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EU 내에서의 자유시장, 자유무역의 실패로 본다.

이 책의 저자도 세계화가 경제성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화만큼 생산력증대에 효율적인 시스템은 없다. 문제는 경제성장이나 생산력증가로 행복해지는 사람보다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세계화이냐 이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유례없는 성장을 하였다. 이 성장 속에 가려진 부작용과 후유증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치유하는데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 책 『행복의 경제학』을 출간하면서 서울에 온 호지여사가 인터뷰한 말이 떠오른다.

󰡒지역화는 세계화된 기업자본주의에 대한 체계적이고 폭넓은 대안이다. 경제활동의 규모를 근본적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제 무역의 철폐를 의미하거나,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하자는 건 아니다. 단지 보다 책임 있고, 보다 지속 가능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우리가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집 가까이에서 생산하자는 것이다.󰡓

뉴스를 접하다 보면 어떤 이들은 대도시에 살며 다양한 모습의 도시공동체를 만들고 대안적 삶을 추구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희망으로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육아, 교육, 취미생활을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을 만들었고, 재개발에 밀려나지 않으려는 절실함으로 똘똘 뭉친 골목 주민들은 힘을 합쳐 산동네 판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자촌을 살만한 주거지로 재생시켰다. 자신의 먹 거리를 위하여 집에서 조그만 텃밭을 가꾸고, 마을 일꾼을 키우며 공유의 경제를 꿈꾸는 사람들은 협동조합과 마을기업을 만들어냈다. 누구나 작은 발전소라 하여 에너지를 아껴 쓰고 자원을 재활용하고 태양광이나 지역난방도 아름답게 실천하는 마을도 있다.

아마 이 책 저자 호지여사는 우리에게 이런 것을 바랐을 것이다. 작고 느리지만 인간적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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