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애 선수의 눈물...
지선애 선수의 눈물...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3.10.2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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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통해 한걸음 발전기대, 스포츠정신도 필요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한 지선애 선수의 눈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세상은 오직 1등만을 기억한다. 승자만을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하지만 지난 22일 지선애 선수의 2등은 세종시민들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을 듯하다. 이날 관중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전국체육대회 테니스 여고부 개인 결승전이 열린 22일. 조치원여고 지선애 선수는 수원여고 배도희 선수와 맞붙었다.

1세트 흐름은 좋았다. 기선은 지 선수가 먼저 제압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지 선수는 상대를 매섭게 몰아부쳤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공격이 주효하며 포인트를 올렸고 상대의 실수도 따라왔다. 스코어 3-2까지 리드를 지키면서 침착하게 우세를 확보, 이어 내리 3점을 따내 6-2로 마무리하고 분위기를 끌어왔다. 완승이었다. 코너워크가 좋았고 힘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응원단의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다. 너무 쉽게 이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선수단에서는 내심 우승까지 바라고 있었다. 이전까지 좋은 성적을 거둬 할 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것. 선수단이 예상한 성적은 동메달이었지만 금메달까지 기대한다고 한 관계자는 전하기도 했다.

지난 20일 레슬링 신병철 선수의 금메달 소식 후 세종시선수단의 사기는 올라있었다. 이날 오후 예정된 조민혁 선수의 우승을 가정한다면 총 3개의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기대감을 반영하듯 변평섭 세종시 정무부시장과 전우홍 세종시교육감 권한대행도 이날 결승전 현장을 직접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2세트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첫 포인트를 내주며 흐름이 넘어갔고 어려운 승부가 이어진 것. 0-1, 1-2, 2-3, 3-4. 한 점을 따라가면 달아나고, 다시 한 점을 따라가면 또다시 달아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볼은 번번이 라인을 벗어났다.

안타까움은 지켜보는 관중에게도 전해져 탄식이 흘러나왔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계속됐다. 음료를 들이키는 지 선수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드러났다. 유니폼은 이미 흠뻑 젖었고 발놀림이 무거워 보였다. 3-5, 3-6. 결국 내리 2점을 내주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세트 스코어 1-1.

3세트 역시 첫 포인트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스트로크는 힘이 떨어져 보였고 상대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힘이 빠진 지 선수는 이내 내리 5점을 내주며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스코어 0-5.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뒷심을 발휘하며 2-5까지 따라갔으나 너무 늦은 추격이었다. 한번 기운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 점만 내주면 승부가 그대로 끝나는 위기 상황에 관중석도 분위기가 갈렸다. 마지막 샷이 빗나가면서 결국 지 선수는 고개를 떨궜다. 1-2 역전패.

상대 선수와 악수를 나눈 지 선수는 곧바로 벤치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동료들이 다가와 위로의 말을 건네자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 아쉬움이 컸을까. 지 선수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선애야! 그만 울어..." 동료들이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경기를 끝낸 선수들에게 김윤기 교장은 다음 대회를 기약하자며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넸으나 지 선수는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자책감과 함께 역전패한 충격으로 지 선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관중들은 이에 침묵을 깨고 박수를 보냈다.

이날 승부는 세종시민들에게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전했지만 감동 또한 선사하며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날 지 선수는 시상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감정을 추스르고 밝은 모습으로 나타나 승자를 축하해주는 스포츠맨쉽을 기대한 것은 기자만의 생각이었을까. 선수 본인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옥에 티로 남는 아쉬운 대목이다.

전국체육대회가 24일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두 번째 참석한 세종시는 지난해에 비해 나은 성적을 거두며 선전하고 있다. 차기 대회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한걸음 발전하는 모습과 함께 너그러운 스포츠정신도 발휘하는 것은 어떨까.

   김윤기 교장선생님의 위로에도 지 선수의 얼굴은 펴지 못하고 있다.
   시합이 끝난 후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으로 서있는 지선애 선수
   지선애 선수가 스트로크를 날리고 치열한 랠리 공방을 벌인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선애 화이팅", 응원단이 지 선수의 득점에 환호하며 응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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