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한 임영휴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한 임영휴
  • 임영수
  • 승인 2012.04.12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수의 세종을 만나다]마지막 사공 안승록 옹의 전설어린 월산리

   임영휴 일가의 전설이 어린 월산리 전경
셋째날 - 월산리(月山里)

월산리(月山里)는 백제시대 두잉지현(豆仍只縣)에 속했었고, 신라 경덕왕(景德王)때 연기(燕岐)라 불렀으며, 연기는 연산군(燕山郡-연산,문의)의 영현(領縣)이었다. 조선 태종때에는 연기와 전의(全義)를 합쳐서 전기현(全岐縣)이라 하였으며, 후에 다시 연기현으로 떼어 놓아 이곳은 연기현의 삼기촌에 속하였다.  마을 서쪽으로 전월산(轉月山)이 있다하여 이곳도 월산(月山)이라 불렀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연기군 남면에 속하게 하였다.

아빠 : 이곳 월산리는 동진강과 금강이 만나는 곳이기에 강 건너를 합강이라 부른단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동면으로 가려면 나루에서 배를 타야 하는데 그 나루를 꽃 나루라 불렀어. 꽃나루(花津)란 주변에 야생화가 가득피어 아름답게 보였기에 붙여진 이름이지. 이곳의 나루를 이용하는 이들은 월산리, 양화리, 종촌리, 송담리 주민들로 주로 부강장에 가기 위하여 이용하였지.

   월산리 앞 금강
재영 : 장에 무엇을 팔러가나요?

아빠 :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데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은 가마니를 만들어 팔러가고 금강에서 고기를 잡아 팔러 갔지. 참고로 이곳 배를 이용한 역대 사공들은 차씨, 오건식, 안경호, 안길호, 안승록씨가 마지막 사공 이였으며, 1997년 작고 하셨어. 이곳 나루에서 노를 저어 강 건너러 가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니?

재영 : 저는 노를 저어 가는 모습을 TV에서만 보았어요.

아빠 : 그래, 이제는 이렇게 튼튼한 다리가 놓여져 그 위로 다녔지만 옛날에는 노를 저어 가다 생각해 낸 것이 이쪽과 저쪽으로 긴 줄을 메어 그 줄을 당겨 배를 몰았지.  사공이 여자일 때는 남자들이 배를 뒤집는 장난도 하였고, 또 여자 사공이 건너다 물이 불어 물살이 세서 줄을 놓치면 동네 사람들이 합심하여 구해주기도 했지.  장마 때에는 통나무가 떠 내려와 그것을 건져 팔기도 했어.  정월대보름날에는 배 앞에서 고사를 지냈는데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사공이 상을 차려 놓으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1년간 무사히 건너게 해달라며 절을 하고 고사 돈을 냈지.

   월산리 고인돌
재영 : 배를 타고 건너면 얼마를 받나요?

아빠 : 배를 탈 때마다 내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이용하는 이들이 거의 정해져 있으니 1가구당 1년에 보리 1말과 벼 1말을 주었어. 추수철이 되면 사공에게 갖다 주었지.  이곳 나루는 1977년도까지 배를 운영하였어.

재영 : 나도 한번 타 보고 싶은데, 지금은 배가 없으니 아쉽네요.

월산리 강가에는 소나무가 장관을 이룬다.
소나무의 수령은 수 백 년이 되었기에 마치 철갑을 두른 병사들이 마을을 자키고 있는 듯하였다.
소나무 숲 속에는 정려가 있었다.

재영 : 아빠, 저 건물은 뭐예요?

아빠 : 응, 저것을 정려(旌閭)라고 부른다. 나라에 충성하여 공을 세운 이들에게는 충신문(忠臣門)을 세워주고 부모에게 효도 한 이는 효자문(孝子門), 남편을 극진히 사랑한 이는 열녀문(烈女門)을 세워주지. 이곳 정려는 임수준(林秀俊 1810~1875)의 효자문(孝子門)이란다.

재영 : 우리조상이시네요.

아빠 : 그래, 임수준은 부안임씨(扶安林氏)로 1810년(순조 10년)이곳 월산리에서 태어났어. 성품이 온화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나이가 6살인데도 3년간 상복을 입고 죽으로 연명 하였으며 머리도 깎지 않았어.

   임영휴가 빈민 구제를 위해 높이 쌓은 담장, 지금도 남아있다.
모든 일에 열심이어서 학문이 뛰어나 벼슬길에 올랐지만 뜻하는 바가 있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와 후배 양성에 전력하던 중 1866년 병인양요가 일어나 백성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극심한 가뭄까지 겹쳐 난민이 발생하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쌀 100가마를 이웃에 나누어 주었어.

또 어머니가 병이 들어 어떤 약도 병을 고칠 수 없어 괴로워하던 중 우연히 명의를 만나 깊은 산 속에 자생하는 약초만이 어머니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어.  그러나 그때는 겨울이어서 어디에도 풀 한포기 조차 볼 수가 없었지.  임수준은 약초를 구하러 엄동설한인데도 불구하고 계룡산에 입산하였고, 일편단심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하였지.

그의 효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40일째 되던 밤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약초가 있는 장소를 알려 주었어. 그 길로 달려가 산신령이 계시한 곳에 가보니 온 산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있는데 오직 한 곳만은 눈이 없고 푸른 약초 2포기가 자라나 있었어.  약초를 구하여 어머니께 다려 드리니 신기하게도 바로 병이 나았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묘가 집에서 5리나 떨어진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아무리 추운 날이라 할지라도 죽을 때까지 찾아가 예를 다하였지.

1875년 임수준이 죽자, 지역 유림들이 그의 효행 사실을 나라에 알리어 1884년 조정에서 통훈대부(通訓大夫) 사헌부감찰(司憲府監察)을 중직 받았어.  그리고 또 한번 고을 선비들이 장례원(掌隷院)에 청하여 1904년에 효자 정려를 받았지.

재영 : 어린 나이에 3년간 상복을 입는 것과 죽을 때까지 어머니 묘소를 찾아가 예를 다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네요.

아빠 : 지금은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 시대에는 그러한 모습이 부모님께 효도하는 최상의 길이라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란다.  자 저쪽 길가에 정자가 있는 곳으로 가볼까?  저곳의 정자도 이곳 효자문의 주인공인 임수준 아들과 손자가 건립한 것이란다.

   임영휴 묘
재영 : 옛날 어른들께서는 대를 이은 효자가 많은 것 같아요.

아빠 : 그래, 이번에 가는 정자는 좀 특별하다고 할까. 아버지께서 정자 하나 짓기를 소망하다 돌아가시자 장사가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소원이라며 정자를 지은 이야기이지.

효자 임수준의 아들이 임영휴(林永烋)인데 이곳에서 부유하게 살면서 부자의 티를 내지 않고 가난한 이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몰래 식량을 갖다 주기도하고 무료로 식량을 나누어 주면 상대방의 마음이 상할까봐 담을 더욱 높이 쌓게 하여 그 품삯으로 식량을 내여 주었지. 또 후진 양성을 위하여 글방을 만들어 손수 글을 가르치기도 하여 주위에서 칭송이 자자했어.

그런데 임영휴는 평소에 독락정을 자주 가보면서 월산리에 정자하나 지어 그곳에서 글을 가르쳤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였어.  그러다 1917년 임영휴가 돌아가시자 아들 임헌두가 3년상을 치루기 전에 정자를 건립하였지.

상량문을 보면 1919년에 완성한 것으로 보아 아버지가 1905년 터를 마련하여 14년 만에 완성 한 것이지 정자의 이름을 제산정(霽山亭)이라 지었는데 이는 아버지 임영휴의 호가 제산이었기에 그 호를 따라서 지은 이름이지.

예전에는 제산정 앞으로 아름드리 소나무가 장관을 이루었는데 새로이 길을 내면서 모두베어 지금은 소나무 대신 꽃나무를 심었지만 예전의 운치가 사라지고 앞으로 난 도로와 언덕 때문에 금강물이 멀어졌지만 제산정이 가지고 있는 의미만은 후세에 변함없이 전하고 있지.

재영 : 정자의 이름이 아버지의 호를 따서 지은 것이 참 좋게 느껴지네요.

아빠 : 이곳 마을은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을까? 궁금하지 않니?

   제산정
재영 : 궁금해요. 오래되었나요?

아빠 : 그래, 이 마을이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너를 저곳 들판으로 데려가는 거야.

재영 : 들판에 무엇이 있나요?

아빠 : 고인돌이란 말 들어봤지?

재영 : 예, 먼 옛날 사람들이 사람이 죽으면 묘를 만드는데 커다란 돌로 운반하여 만들었다고 배웠어요.

아빠 : 그래, 이곳 월산리에는 금강가 들판 가운데에 커다란 고인돌이 있는데 바로 청

     
임영수, 연기 출생, 연기 향토박물관장,국립민속박물관 전통놀이 지도강사, 국사편찬위원회 조사위원, 이메일: ghmuseum@hanmail.net
동기시대 만들어진 남방식 고인돌이란다. 고인돌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냐는 고인돌이 많은 금남면 석교리 답사에서 자세히 알려주고 남면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 고인돌이 1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