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심대평...그리고 쓸쓸한 퇴장
아~ 심대평...그리고 쓸쓸한 퇴장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04.12 11: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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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확정되면서 선거사무실 찾은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밤 10시 20분 선거사무실을 방문한 심대평 후보. 말이 적고 씁쓸한 표정이었다.
   굳은 표정으로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당선이 유력시 되는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의 방문.
   어색한 동석, 승자와 패자가 주는 느낌은 너무 달랐다.
   잠시 후 2층 사무실로 내려온 유한식 후보, 그의 목에는 꽃다발이 걸렸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참패는 쓸쓸함, 그 자체였다.

충청의 맹주로 군림했던 노정객의 뒷그림자는 패배 이상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심후보는 조치원읍 죽림리 대산빌딩 4층, 그리고 세종시장 후보로 나온 유한식 후보는 2층을 사용하면서 ‘드림 팀’으로써 공조를 과시했다. 하지만 투표 당일 두 후보 간에는 당락이 엇갈리면서 심대표의 쓸쓸한 퇴장과 유한식의 화려한 복귀가 극명하게 대조되었다.

12일 오후6시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나오면서 3%대의 초박빙 지역으로 보도 되자 일말의 기대감이 선거사무실 분위기를 주도했다. ‘심대평!’을 환호하고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외쳐 자기 체면을 거는 모습이 짬짬이 눈에 띄었다.

이즈음 심대표는 중앙당사를 지키고 있었다. 밤10시쯤 선거사무실로 내려온다는 전갈이 왔고 지지자들이 한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방송 출구조사와는 달리 초반 8개 투표구를 개표한 결과 한곳에서만 이기고 7곳이 패하자 분위기는 술렁거렸다.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차는 벌어지고 현황판 숫자에 대한 관심도 떨어져갔다. 가끔씩 업데이트되는 현황도 이기는 곳이 없자 나중에는 아예 신경을 쓰지않는 눈치였다.

밤 10시 20분.
심대평 후보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지자들이 박수를 쳤지만 힘은 실리지 않았다. 패배를 의식한 듯 심후보는 “수고했다”, “미안하다”는 말로 지지자들을 위로했다. 행정고시 합격, 두 번의 대전시장, 충남도지사,그리고 국회의원 등 승승장구해온 그에게 어쩌면 일생에 가장 큰 패배였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끝으로 연결됐다.

외롭게 기자석을 지킨 기자에게는 “바로 연락한번 할께”라며 다정스럽게 말을 건넸지만 역시 힘을 느끼지 못하는 목소리였다.

맨 앞자리에 앉아 현황을 보고받는 심대표는 침통하면서도 애써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경우의 수를 들어 설명하는 당 관계자에게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지만 패배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대전에서 어떻게 한 석도 못 건지나”라며 자조썩인 혼자말을 던지기도 했다. 시선은 뒤에 앉아있는 지지자들을 피해 대형 텔레비전에 고정시켰다.

심대표 방문 소식을 들은 2층 유한식 후보가 상기된 얼굴로 나타났다. 당선이 확실시 되었지만 심대표의 입장을 감안, 짐짓 진지한 표정이었다. 심대표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자 유 후보는 예의 겸손함으로 조심스럽게 곁에 앉았다.

참으로 어색해보였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야하는 두 사람의 향후 행보가 보는 이로 하여금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 말없이 벌쭉한 모습의 어색한 동석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후보가 자리를 뜨면서 정리가 되었다.

심 대표는 잠시 동안 자리를 지키다가 자리를 떴다. 패배를 인정한 것이다.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쓸쓸한 뒷 그림자를 남긴 채 선거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12일 아침, 심대표는 ‘세종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보냈다.

세종시민 여러분! 성원해주시고 지지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더불어 민주통합당 이해찬 후보에게 축하의 뜻을 전합니다. 또한 함께 선거를 치룬 다른 후보님께도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저는 세종시의 출발부터 현재까지 세종시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아직 시민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음을 인정합니다.

저 심대평은 어느 자리에든 세종시의 완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성원과 지지를 해주신 시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12. 4. 11 자유선진당 심대평

충청의 맹주 노정객은 그렇게 쓸쓸하게 퇴장했다. 어느 시인은 가야할 곳을 알고 가는 사람이 뒷 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다. 결코 그는 가야할 곳을 알고 떠나는 사람은 아니었다. 패배자 캠프 취재는 차라리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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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네 2012-04-17 11:01:07
글쎄요 긴긴세월 높은 곳에서 자리해온 분이 서민의 마음을 알까요 보고자에게 명령한 하던 분이 대중의 외침을 알수 있을까요 목적도 이유도 없이 나섰기에 시민들이 나중에 알아챈것이지요 자기 주장이 대중과 관련없는 것들이었기에 시민은 외면했지요 이제 다 하실 일은 한가지, 많은 사람들에게 빚진것을 갚는 것이지요, 아니 내가 그동안에 많이 도와주었다고 하시겠지요 그렇게 말하시면 안되시지요 그것은 나랏돈이였지요

ㄴㄴ 2012-04-12 18:44:48
해가 언제나 중천에 있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요...

해균 2012-04-12 14:49:45
좀씁쓸하네요
마지막한번 기회를 드리면 잘하실것같았는데
말씀하셨듯이 어느자리에서든 세종시완성을 위해
끝까지힘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