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집 밤이예요"
"선생님, 저희 집 밤이예요"
  • 안지희
  • 승인 2013.10.11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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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안지희 쌍류초 교사...산골 교사의 사랑이야기

 
      안지희 쌍류초 교사
욕 하고 힘센 아이가 오히려 약자가 되는 곳, 학교에 오지 않는 주말이 오히려 싫다는 학생들이 사는 학교. 바로 지금 내가 근무하는 산골 학교이다.

사실 산골 학교라고 하기엔 많은 학생들이 읍내에서 통학을 한다. 하지만 내가 산골 학교라고 부르고 싶고 또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고복 저수지 넘어 나름 산 속에 있는 학교이기도 하지만 여기 있는 학생들의 마음이 정말 순수하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교실에 들어서자 12명의 학생들이 옹기종이 모여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학생들은 일제히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나를 반겨주었다.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글이 아닌 말로 들어본 이 한 마디.

“사, 사랑합니다.”

난 첫사랑에게 마음을 고백하듯 어색하고 부끄러운 첫 인사를 건넸고, 이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12명 아이들의 사연은 빛깔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예전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온 아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 곳 할머니께 맡겨진 아이, 친환경적인 학교가 좋아 일부러 전학 온 아이(대부분)…….

이 모든 아이들의 공통점은 때 묻지 않음이다. 스마트폰을 가진 학생이 1명(그나마 있는 아이도 굳이 쓸 일이 없다고 하지만)이고, 초등학교에서 유행하는 언어, 패션, 게임에도 전혀 관심이 없으니 가끔 내가 던지는 유행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의 에너지는 학교 안과 밖의 자연 속에서 발산된다. 삼삼오오 손을 잡고 학교 후문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함께 가꾸는 텃밭이 나온다. 식물 주려고 짊어지고 나온 물통의 무게는 새털만큼 가볍게 느껴질 뿐이다. ‘잘 자라, 예쁘게 크렴, 사랑해.’ 어느덧 식물 앞에 엄마 아빠가 되어버린 아이들은 돌아오는 길 개울에서 여학생 남학생 할 것 없이 개구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운 좋게 잡은 개구리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당연히 물가로 돌려보내진다.

“우리 집에서 농사지은 포도야, 어제 시골에 가서 밤 주워왔어, 엄마랑 같이 주먹밥을 쌌어, 내가 제주도 가서 사온 초콜릿이야.”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체험한 것들을 늘 교실로 가지고 온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웃음을 공유한다. 나도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아이들과 나누어 먹으며 6학년이었던 과거 속 내 자아를 꺼내어 놓는다.

교단에 들어선지 6년차. 아직 교직 경험이 많지도 않고, 좋은 교사상이라는 어떤 기준에 나를 제대로 정립시켜놓지도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학교가 ‘배움의 공간’을 넘어 아이들의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따뜻하게 그들을 반겨줄 것이다. 싱그러운 아침을 열어주는 냇가 물소리와 학교 앞 축사에서 들리는 힘찬 소 울음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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