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문화적 자존심, '고마나루 국제연극제' 계속되어야 한다
공주 문화적 자존심, '고마나루 국제연극제' 계속되어야 한다
  • 송두범
  • 승인 2024.09.0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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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 국제연극제 코앞에 두고 예산 삭감한 일부 충남도의원
공주연극협회, 메세나 활성화·회원제 도입 등 자생력 확보 방안 필요
고마나루 국제 연극제 포스터

공주대학교 학생들로 이루어진 극단 ‘함성’의 창단과 폐관을 통한 신생극단 ‘젊은 무대’는 공주 연극발전을 통한 연극제를 설립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근거가 되었으며, 해외교류사업에 성과를 보였다. 매년 일본 가리츠시(唐津市)와 가카라시마(加唐島)에서 펼쳐지는 무령왕 탄생 축제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사업과 함께 개최되었다(신용희. 2015). 젊은 무대는 공주라는 역사의 강점을 활용하여 충남 연극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공주 지역의 연극 확장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백제의 성지 공주지역을 홍보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주 연극은 1990년대 초부터 수도권 중심의 기성 연극을 탈피하고 지역 연극의 고유성을 반영한 지역문화 운동으로 확산하면서 연극의 탈중앙화, 지역 분산 양상을 보였다(이승원. 2024). 그 결과 2004년 ‘고마나루전통축제’로 시작하여, 2005년 ‘고마나루전국향토연극제’가 공산성에서 개막하였고, 2020년부터 ‘고마나루연극제’로 공주문화예회관에서 개최되었으며, 2022년부터 세계 중심의 연극축제로 도약하고자 ‘고마나루국제연극제’로 승격하여 카자흐스탄, 베트남, 일본 등과 국제문화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20회째를 맞이하는 ‘고마나루국제연극제’는 중부권 유일의 전국 연극축제로서 공주의 향토성과 전통문화의 특성을 살리며 공연예술가들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왔다’(최원철 공주시장. 2023). 2004년 향토연극제로 시작한 고마나루국제연극제는 로컬리즘의 글로벌리즘화를 기치로 각 지역의 설화, 전설과 민담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왔다. 특히 지역의 고유매력을 담아낸 경쟁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K연극의 지평을 넓히고 지역문화 활성화에 이바지해 왔다.’ (박보균 전 문화체육부장관. 2023)

시도별 고마나루국제연극제 공식 경연작 수 (2004~2023년)

2004년 제1회 연극제에서 극단 치악무대(강원), Theater J.M(서울), 극단 명태(전북), 극단 예전(대구), 극단 푸른연극마을(광주) 등 5개 극단에 공식 경연작으로 참석한 이래, 2023년 제20회 연극제에서 6개 극단이 참석하는 등 총 135개 작품이 참여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공식 경연작으로 선정되기 위해 신청한 작품은 지금까지 1000여 작품에 달할 것이다. 2023년까지 시도별 경연작품을 보면 서울이 29개, 부산과 전북이 12개, 광주가 10개, 충북이 9개 등으로 선정되어 일부 시도에 편중된 점은 있으나 전국적으로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작품이 경연작으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공주에서 개최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관심과 지명도를 지닌 연극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마나루국제연극제가 경연제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연극 기반이 부족한 시도의 경우 공식 경연작으로 선정될 기회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충남과 공주의 작품이 경연작으로 참가하지 않는데 왜 충남도와 공주시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일부 도의회 의원들은 20여 년간 충남도와 공주시의 재정지원을 받아 개최해 온 연극제가 이제는 자력개최, 확장성 및 투명성 확보, 사업타당성 등을 들여 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도의회 예결소위에서 예산삭감을 했다고 한다. (동양일보. 2024.4.24).

그러나, 2004년 10월 4일 당시 인구 13만의 중소도시 공주에서 가장 한국적인 연극작품을 발굴하고 한국 연극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생각으로 향토색 짙은 한국적 연극제로 성장시켜 온 전국 유일의 향토연극제 지원예산을 삭감한 것도 감정적인 결정이지만, 그러한 사유로 20여 년간 이어온 연극제 개최를 포기하는 것은 공주시민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다.

2012년 고마나루 국제연극제 모습

사실 소극장 하나 없는 황폐한 공연 환경 하에서 공주의 연극인들이 비록 지원에 의존했으나 20여 년간 전국 규모의 연극제를 개최해온 것에 칭찬은 기대하지 않지만, 예산으로 연극인들을 길들이려는 것은 치졸한 행태라고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연극을 위한 연습장 하나 없는 공주시에서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온 연극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들의 바람직한 자세라 하겠다.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도로와 교량과 같은 눈에 보이는 사회간접자본 확충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문화예술 역시 진흥시켜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연극 역시 문학, 무용, 음악, 미술 등과 같이 시민들의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제21회 고마나루국제연극제 후원포스터(2024)

‘고마나루국제연극제’가 문제가 있다면, 자치단체나 지방의회 차원에서 개선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 일정기간 내에 개선요구를 한 다음 개선여부를 보고 재정지원을 증감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2024년 21회 ‘고마나루국제연극제’ 개최를 코앞에 두고 예산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군기를 잡으려는 것은 공주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앞으로도 이러한 일들은 재발될 수 있기 때문에, ‘고마나루국제연극제’를 개최하는 공주연극협회에서도 자생력 강화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열악한 지역문화예술 환경이지만 연극인력 양성과 청년연극인들의 양성기반을 마련하고 지역기업을 통한 메세나 활성화, 회원제 도입 등과 같은 자생력 확보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공주시민들이 연극에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 이메일 : songd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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