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중고제 소리꾼 황호통-이동백… 국립국악원 분원, 서산시로 확정, 관심 줄어
판소리 하면 공주사람들은 박동진 명창을 떠올린다. 그러나 공주에 중고제(中古制) 판소리를 했던 황호통, 박상도, 이동백, 김창룡이 살았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중고제 판소리는 18세기 말 염계달과 김성옥이 발생기 이후 경기·충청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유행하던 옛 형태의 판소리들을 하나의 유파로 정립하고 대를 이어 전승케 한데서 비롯한다.
동편제, 서편제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중고제는 생소하다. 동편제-서편제와 함께 판소리 3대 유파이면서 가장 오래된 중고제 판소리란 무엇인가? 중고제는 지역적으로 동·서쪽보다 위쪽 지역인 경기·충청에서 시기적으로는 동편제와 서편제보다 앞서 불려온 판소리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중고제 판소리 박성환 명창은 ‘중고제 판소리란 의뭉스러운 판소리이다. 충청도 사람은 내색을 잘 하지 않아 속을 알 수 없다고 한다. 중고제도 그렇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눈에 띄는 화려한 꾸밈세도 억제한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싱겁고 밋밋하고 뻣뻣해 단조롭게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듣다 보면 속에 스며든 속멋이 있어 쉬 질리지 않고 소리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한다’라고 했다.
동편제가 웅건하고 청담하며 호령조가 많은 우조 분위기의 판소리가 특징이다.
서편제는 슬픈 계면조의 노래가 대부분이며 정교한 시김새(꾸밈음)을 사용하고, 구성지고 애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인데 중고제는 유식한 문장이나 절제된 창법으로 말을 내뱉거나 책을 읽듯이 소리를 내며 썰렁하리만큼 끝을 무심하게 마치는 것이 특징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발생기 고제 판소리(하한담, 최선달 등)–중고제(황호통, 이동백, 김창룡 등)–동편제(송흥록, 송만갑 등)–서편제-현대 판소리(박동진 등)의 계보를 이어간다.
공주지역에는 계룡산 나무장사, 쉰명창이라 불리는 목소리 큰 황호통이 김정근에게 수학하고 계룡산에서 연마하여 일약 어전 광대가 되었다고 한다.
공주갑부 김갑순이 소리를 좋아하여 공주시 반죽동 행랑채에 황호통과 그의 아들 황운열을 기거하게 했다고 한다. 공주는 충청감영 덕분에 당대의 명창들이 금강관(아카데미극장)에서 공연했다고 한다.
공주 옥룡동 대추골에는 일제강점기 최고의 스타 이동백과 김창룡이 기거했던 집과 집터가 남아 있다. 공주시 옥룡동 대추골 3길 5-13번지는 이동백이 거주하던 곳으로, 현재 옛집은 사라지고 현대식 가옥이 들어서 있다.
산 중턱을 오르다 보면 대숲 아래 자리 잡은 이동백이 살았던 집을 만날 수 있다. 대추골은 2017년 국토부 도시재생뉴딜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선정되어 21년 마무리 하였으며, 이동백이 거주하던 집 아래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을 확포장하였는데 ‘이동백소리길’로 명명하였다.
이동백소리길을 따라 대추골 남쪽 끝자락 대추골 1길 57-3번지에는 김창룡이 살았던 집터가 있다.
지금은 텃밭이 되어 종적 없이 사라진 오두막에서 대명창 김창룡이 살고 있었다니 지척에 살던 이동백과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서로 위해 가면 활동했을 정경을 상상해보니 대추골 골목마다 중고제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아마, 두 명창은 한양에 정착하기 전후쯤에 옥룡동 대추골에 거주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국립국악원 분원유치로 고무된 충남 서산시에서는 고수관, 방만춘, 심정순 등을 통해 발전했던 중고제의 복원·계승 및 관련 유적을 보전을 위해 ‘서산시 중고제판소리 보존 및 지원에 관한 조례(2020)’를 전국 최초로 제정·운영하고 있다.
서천군 역시 명창 이동백·김창룡의 자료를 종합조사 및 선양사업을 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하고, 이동백 유적 명소화, 중고제 판소리 전승공간 육성, 김창룡·김정근 유적 명소화 및 장항 소리창고·체험관광지 조성, 서천지역 판소리 확산 거점화, 국악경연대회 개최 등 3가지 추진 전략과제를 제시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서천군수가 제출한 ‘서천군 중고제판소리 보전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2024)’을 심의했다.
공주시에는 중고제 판소리의 기틀을 잡은 이동백·황호통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21년 중고제판소리 명창 이동백·황호통을 7월의 역사인물로 선정하고 관련기념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공주지역에서 유치운동을 펼쳤던 국립국악원 분원이 서산시로 확정됨에 따라 중고제 판소리에 대한 관심도 급격하게 식어가고 있다.
그동안 박성환 명창이 공주에 사단법인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을 개설하여 시민들을 위한 교육을 통해 중고제 판소리 전승에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공주를 다시 한번 중고제 판소리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주시의 지원과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이 글은 박성환 엮음. 중고제판소리유적답사기. 한국중고제판소리진흥원. 2022에서 많은 부분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혀둡니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 이메일 : songd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