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동물과 교감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 보면 보람 느껴요"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제품을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되어서 피해가 너무 큽니다.”
지난 해 8월 ‘세균우유’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정동체험마을 정동수 대표(62)는 그날의 악몽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판매 제품을 수거해 재검사를 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원유를 생산하고 충남대에서 가공 후 세종충청축산산업협동조합을 통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시료(試料)를 택배로 경기도 소재 중앙생명연구원으로 이송하면서 생긴 문제로 추정한 뒤 “시중에 판매 제품을 수거해 재검사를 실시했으나 아주 정상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품 판매중지와 같은 행정 처분을 전혀 받지 않은 데다가 검사 시점에 만들어진 제품에 대해서도 제재가 없었으니 ‘혐의없음’이 입증된 셈이었다.
하지만 당시 언론에서 ‘세균우유’, ‘’세균 득실‘ 등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보도되면서 거래처를 잃고 재정난의 겪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어린이집과 로컬푸드 판매장 등 우유 소비를 많이 하는 곳에서 거래가 끊기면서 엄청난 손해를 보았습니다. 충남도 자체 검사에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와 행정조치는 없었지만 약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이후 세종충청축협이 ’세종우유 부적합 판정 정정 안내문‘을 내고 수습에 들어갔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 된 판매 부진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손실을 가져왔다.
정 대표는 섭씨 90도에서 30분간 찜질로 불순물을 없애기 때문에 대량생산 하는 제품보다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난다고 자랑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오는 시점에 사건이 터진 점을 안타까워 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진 대량생산 업체에서는 기법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할 수 없는 제조 방식이어서 고품질 소량생산 업체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대전 신탄진 출생으로 젖소 270마리를 돌보고 있는 정 대표의 축산 인생은 참으로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중학교 때 친구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젖소를 산 것을 보고 아버지를 졸라 우유가 잘 나오는 젖소 두 마리를 길렀다. 재미가 있었고 체질에도 맞았다.
아예 축산업이 내가 갈 길이라는 사명감과 함께 대전 유성농고 축산과를 입학했다. 학교에서도 젖소를 돌보면서 근로장학생으로 이론과 실습을 익혔다.
“졸업 후 소를 키우려고 하니 학교 때 배웠던 것과 현장은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별도로 공부를 하면서 소 키우는 데만 전력을 다했어요.”
오직 축산업에만 전념하다 보니 이른 나이에 전문가가 되고 근동에서는 알아주는 젊은 낙농인으로 성장하자 나이 42세에 대전우유협동조합장에 당선되는 영예도 뒤따랐다. 전국 최연소 조합장이었다.
신탄진에서 14년간 닦은 축산 노하우로 당시 충남 연기군이었던 세종시로 들어와 34년을 축산밥을 먹었으니 올해까지 48년을 젖소와 함께 생활한 셈이다.
우유협동조합장 시절 일본 축산업 견학을 갔는데 그곳에는 동물과 함께 어울리면서 공존하는 문화를 가르쳐 주는 ’동물체험농장‘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차! 이게 제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2012년에 세종시가 출범을 하게 된 겁니다. 그게 계기가 됐어요.”
연기군 시절 20여개에 불과했던 어린이집이 세종시가 되면서 급속도로 늘어날 것을 예측하고 과감하게 ’정동체험마을‘을 시작했고 그게 지금에 이르게 됐다. 어린이들이 체험마을의 주요 고객이기 때문이었다.
정 대표는 “도시에서 살던 아이들이 목장에 와서 자연과 동물과 교감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저희가 생산한 우유로 아이스크림, 버터, 그리고 피자 만들기 체험에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즐거워할 때 이 일을 한 게 잘 했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말했다.
1차 생산으로는 낙농업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제품을 가공하는 2차 산업 역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동물과 교감하면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세균우유 파동이라는 악재로 아직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 대표의 꿈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동물과 교감하면서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그런 모습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적인 요소를 가미해 찾아오는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펼쳐 나가면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한편, 올해 3월 문을 연 정동체험마을은 세종시 농장정원, 깨끗한 축산농장, 동물복지 축산농장낙농체험농장,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등 인증, 또는 지정돼 앞 서가는 낙농산업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