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주민자치만이 세종시 발전시킬 수 있다
‘민주주의·주민자치만이 세종시 발전시킬 수 있다
  • 김준식
  • 승인 2024.08.26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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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칼럼]세종시의 세번째 가치는 ‘민주주의와 공동체’
세종시 중심부를 시민의 공간, 자연의 공간으로 돌려주어야...

스페인의 건축가 안드레스 페레야 오르테가(Andres Perea Ortega)는 애초 세종시 개념설계에서 도심 중심부 50%를 자연의 공간, 시민의 공간으로 배정했다. 이는 기존의 모든 도시의 중심부는 권력의 중심지, 자본의 중심지로 설계되고 추진되었던 틀을 완전히 뒤집었다.

세종시는 시민 누구나 자기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10분 이내에 세종시의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고, 거기에는 넓은 녹지와 강과 호수와 놀이시설과 문화시설이 있다.

이는 기존의 중심부(권력과 돈)와 변두리(보통 시민)의 개념을 반대로 바꾸어 버렸다. 즉 세종시는 애초 개념설계에서 명실공히 시민이 주인 되는, 시민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민주시민 도시로 설계되었다.

오르테가는 세종시의 개념을 설계하면서 중심부 녹지공간과 문화공간을 둘러싸고 그 바깥으로 환상형으로 25개 소도시를 배치하고 그 소도시와 소도시 중간은 도시 외곽의 녹지와 중심부 녹지를 이어주는 생태통로(Eco-Belt)로 이어주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생태도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설계하였다. 그리고 그 개념설계의 원칙은 지금의 세종시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를 마을 공동체·돌봄공동체의 도시, 주민자치의 도시로

세종시는 애초 설계에서 25개 소도시(유럽은 한국의 읍·면·동 규모는 하나의 자치도시)가 건설되고 각각의 소도시는 복합커뮤니티센터(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생활 자치도시로 설계하였다.

각각의 도시마다 주민자치공간, 문화공간, 공원, 학교, 병원, 근린상가들을 배치하여 각 마을주민은 마을에서 행정, 주거, 교육, 식생활, 문화생활, 동아리 활동 등 모든 생활의 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야말로 주민이 주인 되는 주민자치 마을, 공동체 마을로 설계하였다.

이제는 이런 공간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돌봄공동체를 만들어 서로 보듬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한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은 이런 마을 민주주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주민자치와 관련된 제도(지방자치법 등)가 미흡한 게 아쉽다.

그러나 현행 읍·면·동 자치에 관한 제도가 미흡하더라도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업무위임, 개방직 공무원 채용 등을 이용해 실질적인 주민자치의 상당 부분이 가능하다. 서울시 금천구가 그런 실험을 한 바 있고 현재 경기도 광명시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세종시가 읍·면·동의 모든 인사권과 자치권을 움켜쥐고 시시콜콜 간섭하고 통제하면 세종시 설계 시 목적인 주민자치, 마을 공동체라는 애초의 목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돌봄 민주주의도 주민자치만이 가능하다

올해 2월 국회에서 통과되고 2026년 3월 27일부터 시행할 「의료ㆍ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돌봄통합지원법)」은 읍·면·동 마을 단위의 주민자치가 실행되어야 실질적으로 실행 가능한 정책이다.

이 법의 목적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ㆍ요양 등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다(Aging in Place). 즉 에이징인 플레이스는 세계의 복지선진국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돌봄 정책이다.

그런데 인구가 수백만 또는 수십만이나 되는 한국의 광역·기초 단체장이 어느 마을에서 누구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마치 분권과 지방자치가 꼭 필요하듯 돌봄 민주주의는 마을 단위에서 실행해야 하는 사업이다.

세종시를 민주주의·주민자치의 메카로

흔히 세종시는 노무현의 도시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지방자치, 주민자치를 그의 정치 신념으로 가지고 있었다. 실재로 대통령 임기 중에도 그렇게 하려고 애를 많이 썼던 대통령이었다.

스페인의 건축가 안드레스 페레야 오르테가(Andres Perea Ortega)는 애초 세종시 개념설계에서 도심 중심부 50%를 자연의 공간, 시민의 공간으로 배정했다.

세종시 호수공원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형물 있고 그곳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등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하신 말씀들이 새겨져 있다. 노무현의 도시,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지향하는 도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전제로 설계된 도시 세종시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주민자치, 돌봄공동체를 만들어나가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민주주의 국가만이 선진국도, 경제 성장도 가능하다’라고 하였다. 그 말을 우리 세종시에 적용하면 ‘민주주의·주민자치만이 세종시를 발전시킬 수 있고, 시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세종시를 한국 민주주의의 메카로 만들어나가자. 그래야 세종시의 경제발전도, 시민의 행복도 가능할 것이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세종 시니어세종포럼 회장, 세종주민자치연구회장,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고문,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고문,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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