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크린넷 얼마동안 사용할 수 있을까, 30년 수명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
소모품 규정 애매모호, 수리비-부품 교체비용 예상 못해… 사후 대책 필요
세종시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최병조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생활 쓰레기 자동 집하 시설인 '크린넷'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기고를 보내왔다. 크린넷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해들마을 5단지 입주자 대표로 6년째 살면서 실생활에서 오는 불편함과 개선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9차례에 걸쳐 글을 싣고 세종시민들에게 환경운동전문가의 시각에서 문제점 부각과 함께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편집자 씀
세종시에 크린넷을 운영하기 위해 총 12개소 집하장을 설치하게 설계되었고, 8개소의 집하장이 운영 중이다. 나머지 4개소의 집하장은 5~6생활권이 완성되면 운전하게 될 것이다.
크린넷에 제기된 문제 중 하나가 생활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투입하지만 이송할 때는 1개의 이송관로를 사용하는 것이다.
장춘만·이상만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를 한 개의 이송관로로 같이 사용하면 음식물 쓰레기에 있는 물 그리고 염분, 산성 물질 때문에 부식이 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환경부는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 지침”을 개정(2018년7월3일)하면서 “신규 자동 집하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음식물류 폐기물 배출을 위한 별도의 수집·운반 관로를 설치하여야 함”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2018년은 세종시의 1·2·3·4생활권은 건축공사가 완료되어 입주단계였으므로 채택될 수 없었다. 그래서 2018년 이후에 건설되는 6생활권 일부와 5생활권에만 적용하게 되었다. 먼저 설치한 크린넷은 수명이 나중에 설치한 크린넷의 수명보다 단축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가지게 된 이유다.
세종의 동 지역 아파트는 크린넷으로 인해 편리하게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크린넷의 수명은 얼마일까?
크린넷을 구성하는 부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상부에 있는 부분은 교체가 손쉬울 것이기에 땅 속에 묻혀 있는 이송관로의 수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송관로의 내구연한은 30년이다. 즉 30년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각각의 부품의 수명은 다르고 하자보증 기간도 다르다. 예상되는 수명은 30년보다 더 짧다고 할 수 있다.
크린넷에서 쓰레기가 이동하는 부분은 지하에 묻힌 관로이다. 운반 관로는 D500, D550, D600으로 표시되어 있다. 운반 관로 안지름 최소 50㎝인 것이다. 운반 관로의 성능보증 기간은 준공일로부터 30년이다. 곡관부가 T, L, Y형으로 구분할 수 있고, T자나 L자의 경우 90˚로 꺾인다. 꺾이는 곳(곡관부)의 외곽은 쓰레기가 빨려가면서 마찰이 크기 때문에 이곳에 구멍이 날 가능성이 크다.
장춘만·이상만이 2015년 연구한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 이송 관망 성능평가>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자동집하시설은 일반 및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의 배관에서 공동으로 수거하는 방법을 적용하고 있으며, 기준 공기속도 범위에서 이송관의 형상(직관, 곡관, 경사관, 합류관, 하월관 등)에 따라 관 벽면과의 마찰 또는 충돌로 쓰레기의 이송 속도가 더뎌져서 이송관 바닥 면에 적체되는 현상이 발생된다”고 했고, “이송관 내부의 침입수는 음식물 쓰레기 자체의 수분뿐만 아니라 곡관부에서의 충돌에 의한 압축, 점검/섹션 밸브에서의 침수에 의한 누수 및 관 파손(특히 특수곡관의 용접부)에 의하여 발생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운반 관로는 지하 5m정도의 깊이에 묻혀 있어 수리가 어렵다.
투입구는 투입구와 공기흡입구로 나눈다. LH가 자동크린넷 시공 지침서에 따르면 하자보증이 10년이고 소모품은 제외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비품과 소모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1년이다. 1년 이내에 교체하는 거나 수명이 다하는 경우는 소모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건설기계 소모품 기준은 다르다.
소모품을 제외한다고 하였는데 어떠한 부품까지 소모품인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본체의 성능과 함께하는 부품과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것 소모품의 기준이 명확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책임의 소재에 대한 분쟁이 남아 있다.
쓰레기 투입구는 음식물과 종량제봉투 투입구로 구분된다. 투입구의 기본 구조는 2층 구조이고 3개의 문에 의해서 관리된다. 이송관로와 연결되는 지점에 쓰레기가 임시로 저장되는 공간이 있고, 그 위에 쓰레기봉투를 투입하면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문이 있다.
음식물투입구는 카드로 열고 뚜껑이 열리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 무게를 측정하는 칸이 있다. 이 칸은 쓰레기를 투입하면 1차로 멈추고 뚜껑을 닫으면 동시에 열리면서 임시 저장 층으로 이동한다. 쓰레기 투입구는 쓰레기가 차례로 통과할 수 있는 3개의 문이 있는 셈이다.
임시 저장 층과 이동 관로를 연결하는 문은 집하장에서 쓰레기를 빨아들일 때 열린다. 각각의 문에는 문을 여닫는 실린더나 모터가 역할을 한다. 이 실린더는 엔백, 유로파는 실린더이고 동호는 모터로 구동한다. 모터나 실린더도 수명이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 부품의 하자보증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지난 2023년 1월 3생활권의 모 아파트 단지(2018년 입주)에서 투입구의 문을 여닫는 실린더가 고장났다. 이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늘 교체하는 소모품의 기준과 일정 기간 성능을 보장하는 기준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당시 실린더를 구성하는 베어링 고장이었다.
수리를 의뢰받은 곳이 베어링만 교체하는 수리업체가 없고 불가능하다며 배출구 상부 전체를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그 비용이 약 900만 원이었다. 그런데 베어링만을 교체하는 방식을 입주자 대표가 주장했다. 그래서 베어링만 교체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해서 찾았고 베어링만 교체하면서 수리를 마칠 수 있었다.
이때 들어간 비용은 약 200만 원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또한 수리업체가 작은 부품만 교체해도 되는데 투입구 전체를 교체하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주자 대표가 기계설비를 잘 알고 있었기에 해결할 수 있었던 사례이다.
그렇지 않은 입주자 대표라면 멀쩡한 부품까지 교체했을 것이다.
이는 투입구에 대한 수명이 보장되어 있지도 않고 관리하는 곳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기에 관리 방식과 기술 등에 대한 표준화가 필요하다.
LH의 자동 크린넷 시공 지침서에 따르면 관로는 30년 투입구는 10년(소모품 제외)이 보증기간이다.
관로의 수명에 맞게 사용한다면 투입구는 10년 단위로 교체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음식물 투입구는 5년이 지나면서 베어링 등의 핵심부품의 고장이 빈번해지고 있고, 30년 보증기간이 관로는 10년이 막 지나고 있는 시점에 문제가 발생해서 한달 이상 큰 불편을 겪었다. 투입구는 지상에 있어 교체가 쉬운 편이지만 관로는 지하 5m의 깊이 묻혀있고, 그 위에 지상 구조물이 있어 교체하려면 최초 설치비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크린넷은 편리한 기구이지만 엄청난 설치비와 운영비가 들어간다. 그리고 고장에 따른 수리비와 소모성 부품의 교체에 얼마의 비용과 불편이 따르는지 예상된 바가 없다. 우리는 30년 동안에 고장을 어떻게 수리할 것인가와 30년 후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생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할지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크린넷대책위원회 박진호 대표는 “2009년 완공된 경기 성남의 판교 크린넷은 크고 작은 문제와 논란 끝에 내구연한이 끝나면 폐기하기로 했고, 음식물쓰레기는 분리해서 별도로 수거하고 있다. 우리 세종시도 음식물쓰레기에 분리해서 크린넷의 수명을 단축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한 김은희 세종시 자원순환과장은 “크린넷의 문제와 향후의 처리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요청하고 있고, 경기 성남시와 용인시 등 먼저 설치한 지자체의 대응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며 “크린넷은 자원순환과의 가장 큰 과제가 되었다”고 했다.
세종시는 문제를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의 관심이 더해져야 합리적인 방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크린넷은 30년 정도가 수명이고 먼저 설치했던 지역에서 크린넷을 포기하고 방문 수거 시스템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크린넷의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세종시는 지금이라도 사용자인 시민과 함께 생활쓰레기 처리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