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영평사 구절초는 활짝 피어나고 있다. ‘영원한 평안을 누린다’는 장군산 ‘영평사’(永平寺)의 가을 대명사는 ‘구절초’이다.
아홉 번 꺾이는 풀, 음력 9월 아흐레에 따는 꽃에서 따온 구절초는 해마다 장군산을 하얗게 물들인다. 가을에 맞보는 ‘눈 꽃 축제’다. 하얀 꽃들이 온 산을 뒤덮는 영평사 구절초 축제는 매년 새롭다. 주지 환성 스님의 정성이 해마다 짙어지기 때문이다.
구절초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야생화다. 이것을 환성 스님이 꽃의 아름다움으로 세속에 번뇌를 씻어주려고 장군산 일대를 꽃밭으로 만들었다. 정성과 뜻이 아니고서는 만들 수 없는 ‘불사’(佛事)였다. 그 아름다움은 이러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공주 출신 시인 나태주는 말 몇마디로 풀꽃의 아름다움을 그려냈다. 구절초 역시 그랬다. 자세히 보면 더 이쁘고 대충보아도 사랑스러웠다. 질리지 않는 맛, 그게 열 네 해 째 구절초 축제를 이어주는 고리였다.
올해도 많은 볼거리,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아버지 조통달로부터 ‘내시’목소리라고 혹평(?)받은 천상의 소리꾼 가수 조관우와 이정열, 솔트레인 등이 개막식 산사음악회에 참여한다. 영평사 둥근소리 합창단이 민병용 지휘자의 손끝에 맞춰 멋진 화음을 만들어낸다. 28일 저녁 7시에 짙어가는 어둠 속에서 ‘산사 음악회’가 열린다.
행사는 이러하다.
이숙인 도예전이 28일부터 10월 13일 마지막 날까지 이어서 사부대중들을 맞는다. 섹소폰 연주가 10월 3일과 5일, 다례시연 5일, 시문학의 밤 5일, 캘리 티셔츠 체험행사가 역시 행사기간 중 매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린다.
영평사 구절초 축제 못지않게 유명한 건 잔치국수이다.
버섯 우려낸 국물에 하얗게 삶아 낸 국수는 이제 축제의 명물이 되었다. 길게 늘어선 점심 공양 행렬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약 10만 명이 다녀갔는데 점심 때 몰리는 이유도 잔치국수의 맛 때문이다. 올해 영평사에 가는 분들은 꼭 잔치국수 공양 시간에 맞춰 들리시길 바란다.
또 한가지.
지난 해 공주시에서 세종특별자치시로 장기면이 편입되면서 이제는 세종시 축제가 되었다. 간혹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분들이 변경된 주소를 공주시로 입력, 길라잡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는 두해가 되었으니 혼돈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종특별시 장군면 산학리 441번지, 전화 044-857-1854이다.
잔치 집에는 많은 손님이 와야 한다. 여러 군데 구절초 축제가 있지만 올해는 ‘원조’ 영평사 축제를 한번 다녀가길 바란다. 곁들어 세종시 호수공원도 가고 밀마루 전망대도 찾아 신행정수도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담아갔으면 한다. 이번 주말은 영평사에서 만나요.
스님 뵙고 구절초보고 잔치국수 꼭 먹겠습니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