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지역 구전 이야기, 학술 포럼 통해 역사적 사실로 재확인 의미
세종시 부강면 소재 김재식 고가(古家)가 의친왕과 소통하면서 대한황실의 독립운동 본거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고증과 학술포럼을 통해 재확인됐다.
그동안 부강면 지역에서 구전으로 떠돌던 얘기가 학술포럼에서 발표와 함께 역사적 사실로 공식화되면서 세종시가 부강면 일대에 추진 중인 ‘세종시 황실독립운동 역사공원’조성 사업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27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세종시청 4층 여민실에서 열린 ‘세종시와 대한 황실의 독립운동 기록과 시대의 증언’ 포럼에서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의 발제와 이영주 의친왕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이태진 위원장은 의친왕 이강이 1908년 의친왕부가 생기고 항일독립운동가들과 접촉하면서 송암 김재식을 만났으며, 일제가 황실재산을 국유화하는 과정에 김재식을 황실재산관리 책임자인 내장원경에 임명하고 황실 소유의 금광 개발에 나서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한 황실이 김재식과 금광을 개발한 것은 수익금을 항일운동에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재국익문사’라는 비밀정보기구의 활동자금 확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의친왕과 김재식의 친분은 1928년 김재식 사망 후 신도비(神道碑)문을 직접 썼다는 점과, 부강 황우산에 지었던 정자 ‘원모정’ 이전에 ‘송암신정기’(松庵新亭記)를 작성해 하사했다는 점에서 입증되고 있다.
결국 의친왕은 황실의 재산이 일본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김재식을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하고 금광 개발권을 주면서 비밀조직인 제국익문사의 책임자인 이호선을 통해 항일운동을 하는 독립지사들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이영주 의친왕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의친왕이 제국익문사 활동을 위해 경부선 철도의 부강역 경유로 계획을 변경, 김재식이 개발한 금광의 이익이 보부상을 통해 부강 포구와 부강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독립자금으로 전달하도록 활용했다고 말했다.
당시 제국익문사 수장 이호석은 의친왕의 밀명을 받아 십여 차례 김재식을 방문하고 항일운동을 전개, 김재식 고가를 제국익문사 충청도 거점으로 활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금강의 경치를 즐긴다는 명분으로 의친왕은 김재식 집을 친히 방문했으며 이호석, 김재식, 그리고 홍판서댁 주인 홍순형 대감과 항일활동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만해 한용운 선생의 일행이 김재식 고가와 황우산 원모정에 들러 대화를 나누는 등 김재식 고가와 홍판서댁은 부강면에서 항일운동 근거지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홍판서댁 주인 여문 홍순형에 대한 인적 사항도 학술포럼에서 상세하게 재조명됐다.
홍순형은 헌종비 효정왕후의 조카로 대한제국 황실 종친이며 1874년 증광별시 문과 을과에 급제, 대교에 임명돼 관직에 오른 인물이다.
이후 여주목사, 개성부유수, 이조참판, 홍문과 부제학, 성균관 대사성, 대사헌을 거쳐 형조판서 예조판서, 한성부판윤, 황해도·경기도 관찰사 등을 역임했다.
1895년부터 왕태후궁의 대부, 명헌태후 궁대부, 시강원 일강관을 지냈으며 1905년 의친왕이 귀국하자 송암 김재식과 같은 시기인 1906년 궁내부 특진관으로 임명됐다.
제국익문사의 사기(차관급)가 되어 이호석을 보필하다가 부강면 김재식 고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짓고 살게 됐다. 그 집이 현재 홍판서댁이다
궁내부 특진관으로 임명되어 제국익문사 요원이 된 이후 공식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다만 의친왕을 중심으로 제국익문사 이호석, 김재식, 홍순형 등이 김재식 고가와 홍판서댁에서 항일운동을 의논하고 거점으로 삼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날 학술 포럼에 앞서 부강지역 황실 독립운동 자료 수집을 위한 연구활동을 위해 '세종시와 황실독립운동연구회' 발대식을 가졌다.
세종시는 부강면 일대 독립운동 유적 역사공원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역사유적 탐방을 비롯해 황실의 독립운동에 대한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의친왕 이강의 세종시 독립운동가 서훈, 송암 김재식 가옥과 세종 홍판서댁, 가네코 후미코 자택 등을 묶어 황실독립운동 근거지를 국가 현충시설로 등록할 계획이다.
한편, 김재식 고가는 '백년옥'이라는 상호로 송암 김재식 선생 후손들이 음식점으로 사용해 오다가 건설업자에게 매각되기 직전, 문화유산 한옥 백원기 대표가 매입하면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백 대표가 지역 향토사학자들과 함께 한옥에 남아 있는 유산을 연구, 역사적인 고증을 거치면서 대한황실의 독립운동과 관련성을 밝혀냈으며 이번에 학술 포럼을 통해 입증함으로써 역사적 사실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