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비야우라 동굴 무령왕 탄생비 앞에서 올리는 백제 술 '무령화원'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와 공주향토문화연구회(회장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 주관으로 제23회 무령왕탄생제에 참가하기 위해 5월 29일(수)부터 6월 1일(토)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사가현(佐賀縣) 가라츠시(唐津市) 북쪽 해상 무령왕 탄생지인 가카라시마(加唐島)를 비롯하여 백제 성왕의 셋째 아들로 알려진 임성태자(琳聖太子)의 후손인 오우치(大內)가문, 임진왜란 시 조선출병지인 나고야성(名護屋城) 등의 역사문화 자원을 답사하였다. 공주와 관련이 많은 일본의 옛 도시를 돌아본 소회를 ‘세종의소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글을 썼다.
공주시 참가단은 아침 일찍 무령왕 탄생지 가카라시마(加唐島)로 가기 위해 요부코 항(呼子港)으로 향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의 임진왜란 출병항인 요부코 항은 일본의 3대 아침시장으로 오징어 산지로 유명하다. 오전 9시 30분 요부코 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약 20분간의 항해로 가카라시마에 도착했다.
가카라시마는 남북으로 길쭉한 모양의 섬으로 면적은 2.83㎢, 둘레는 14.6㎞, 최고높이는 123.4m로 산지가 해안선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는 현무암질의 대지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전체가 해안선과 접하며 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기후는 동해식 기후대에 속하며 쓰시마 난류의 영향을 받아 온난하여 서리가 내리지 않는다. 주산업은 오징어잡이며, 고구마도 많이 재배한다. 섬의 특산물인 동백 열매와 동백기름도 유명하다.
여객선이 가카라시마항에 도착하자 이미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 미리 와 있던 관계자들, 섬 주민들이 우리를 열렬하게 환영한다. 이들과 구면인 회원들은 여객선에서 내리자마자 포옹을 하는 등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일부 관계자가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에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나도 아이들의 조그만 손을 잡아 고마움을 표했다. 급하게 무령왕 기념비를 지나 백제 25대 무령왕 탄생지인 오비야우라(オビヤ浦)로 향했다. 환영객들과 좀 더 있고 싶었지만,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제23회 무령왕 탄생제에 늦지 않으려면 제한된 시간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무령왕 탄생 동굴은 항구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오오비야우라 동굴 무령왕 탄생비 앞에 공주에서 가지고 간 백제 술 ‘무령화원’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어문병’에 담아 무령왕께 올렸다.
무령왕께서 생전에 드셨을 웅진(熊津)의 쌀과 물, 누룩만으로 만든 백제 술을 생전에 밟았을 공주 계룡산 흙으로 빚은 철화분청사기에 담아 올리는 감격스러운 날이었다. 무령왕이 태어났을 당시 무령왕을 씻긴 작은 우물도 단장되어 있다.
제23회 무령왕 탄생제는 2006년 공주시에서 제작하여 가카라시마로 공수하여 건립한 무령왕 기념비 앞에서 거행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매년 6월에는 가카라시마에서 10월에는 공주에서 무령왕 탄생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일본 측이 준비한 식순에 따라 백제무령왕탄생제실행위원장의 축사에 이어 주후쿠오카 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가라츠시 부시장, 가라츠시의회 의장, 이준원 전 공주시장, 가라츠시국제교류협회 회장, 백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회장, 가카라시마 구장 등의 참배가 이어졌다.
주후쿠오카 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 가라츠시부시장, 공주시 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를 대표하여 충남역사문화원장이 축사(통역은 나정희 선생)를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올해 가카라시마에서의 탄생제를 마무리하였다.
이어서 가카라시마 초중학교 체육관에서는 무령왕 탄생제에 참석한 모든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하는 환영회가 약 1시간 30분 동안 있었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푸짐한 점심을 앞에 두고, 백제무령왕탄생제실행위원회 中里 法安의 개회, 백제무령왕국제네트워크협의회 坂本 正一郞 회장의 환영사, 후쿠오카총영사관 朴建燦 총영사의 건배 제의 등으로 시작하여 가카라시마 소중학교학생들의 ‘가카라시마 소란(ソーラン)’ 공연에 이어 공주무령왕네트워크의‘무령왕 아리랑’공연은 참가자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아리랑 아리랑 무령왕 아리랑, 백제임금 무령왕 아라리오. 그 얼굴 인자관후, 갱위강국 동아시아교류 무령임금 만만세. (후렴)스키요 아나타 스키 아이시테루(2회)
참석한 다양한 기관 및 단체 회원, 학생들과의 교류를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가카라시마를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매년 만나는 사람들이지만, 헤어짐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 같다.
일본의 무령왕네트워크, 가라츠시청 관계자들이 올해 70회 백제문화제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섬에 남아 있는 관계자와 주민들과 이별 표시를 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여객선에 오른다. 남는 자와 떠나는 자 모두 아쉽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오후 2시 정각 여객선이 고동을 울리며 서서히 출발하자 섬 아이들과 주민들, 관계자들은 모두가 하나 되어 연신 손을 흔든다. 여객선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가슴 뭉클함과 아쉬움에 손 흔들기는 계속된다. 아 가카라시마여! 아 무령왕이여! 오늘에서야 온전히 백제(공주)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쁘기 그지 없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은 무령왕의 섬이다.
무령왕 탄생지가 가카라시마(加唐島)인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학자들이 많지만, 23년간 가카라시마와 교류해 왔고 이번 공주참가단 단장인 공주대학교 윤용혁 명예교수의 말로 답을 대신한다.
“제반의 여러 여건과 자료를 종합해 볼 때 가카라시마가 실제 무령왕이 태어난 곳일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의견을 나는 가지고 있다. 이것을 객관적 사실로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역사는 사실들의 집합이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사실과 믿음의 결합이며, 객관적 사실로서 인정받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믿음’에 의하여 ‘선택된 사실’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역사전문가의 역할은 사실의 여부를 가리는데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의 토대 위에서 그 너머의 세계로 자신의 발걸음을 한 발자국 더 내디뎌 주는 것이라고 하는 생각한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 이메일 : songd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