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에는 '퇴비 글방'이 있어요"
"세종에는 '퇴비 글방'이 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4.06.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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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글쟁이들이 좋은 글쓰기 운동으로 문화 바꾸는 단톡방
방장 천광노, "생각 공유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모임 됐으면..."
천광노 세종퇴비글방 방장
천광노 세종퇴비글방 방장

세종대왕의 정신처럼 자신을 썩힌 다음 사회를 무성하게 만드는 ‘카톡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한 사이버 글방이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이곳은 ‘세종 퇴비글방’.

각지에서 아마추어 글쟁이 120명이 일과처럼 글로써 소통하고 공감하는 공간이다.

방장인 천광노(77) 작가를 지난 14일 세종시 부강면에 있는 홍판서댁에서 만났다.

“세종대왕 정신대로 썩어서 나를 바치는 모임이죠. 유익한 글로 후손들에게 글의 표준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카톡방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는 글방 명칭에 ‘세종’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좋은 글쓰기 운동을 통해 사회가 바람직하게 나아가는 걸 기대했다. 

방장이 매일 아침에 글을 올리면 회원들이 유사한 주제로 글을 쓰고 이걸 가지고 서로 나누면서 감동을 공유하는 선순환을 가져오도록 하고 있다. 독후감, 창작 시, 또는 수필 등 반드시 직접 쓴 글을 올리는 게 원칙이다. 

회원 120명이 하루 평균 올리는 글은 줄잡아 40여 건. 글쓰기를 즐겨하는 최민호 세종시장도 회원이고 침례신학대 총장을 역임한 도한호 전 총장, 그리고 경남 산청에 있는 여성 글쟁이도 모두 이곳에서 맺어진 글벗이다. 120명 출신지역은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자신을 희생해서 사회를 이롭게 하는 퇴비 글방이라지만 정치색을 띠면 그 날부터 순수성을 잃고 황폐화되어 버린다. 경계해야 할 일이고 지켜야 할 금도다.

천광노 방장은 “공감한다”는 말과 함께 “창작한 글이나 독후감 등 순수성에 벗어나면 반드시 주의를 준다”는 말로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색을 띠면서 한차례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회원 300명까지 늘었으나 그 과정을 거치면서 120명으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무게보다 내용을 더 알차게 됐다는 게 회원들의 판단이었다.

인터넷상에서 만남이 오프라인에서 이뤄질 때가 있다.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지난 2022년 11월에 조치원에 있는 ‘1927’에서 첫돌 기념 회원 교류행사를 가졌다.

글방 콘서트 모습

약 50명이 참석해 인사도 나누고 인터넷 상에서 주고받던 얘기 가운데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도 했다. 오프라인 교류는 속리산, 고복저수지 등으로 이어져 연례행사가 되다시피 하면서 온라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소설 ‘월남 이상재’ 작가이기도 한 천광노 방장은 “이런 글방이 대한민국에는 하나밖에 없어 좋은 글을 나누면서 유익한 글을 쓰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게 소망”이라며 “세종퇴비글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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