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산으로 나무 구입 후 파크골프협회장 명의의 식수 기념비 세워줘”
“기념비는 협회가 구입 기증”… 임채성 “감사원 감사 청구, 고발은 검토”
최근 세종시 금강 금남교 하단에 준공된 금강파크골프장에서 공직선거법을 비롯해 형법상 배임·기부금품법 등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인호 세종시의회 의원(보람동)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금강파크골프장에서 반송 3그루를 심는 기념식수가 이뤄진 가운데, 심어진 반송 2그루 앞에 각각 ‘세종시장 최민호’, ‘세종파크골프협회장 이○○’라고 새겨진 표지석 2개가 설치됐다는 것.
반송은 소나무과 속하는, 소나무와 비슷한 줄기와 침엽수 잎이 돋는 나무이다.
5일 열린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세종시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유인호 의원이 추궁한 결과 ▲반송 3그루는 세종시 예산으로 구입했고 ▲표지석 2개는 세종시파크골프협회가 자체 자금으로 구입한 뒤 세종시 기부금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세종시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세종파크골프협회장 명의의 표지석이 세워진 반송 구입비용의 경우, 세종시 예산에서 지출됐으므로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최민호 세종시장 명의의 표지석 구입비용은 세종시파크골프협회가 지출했으므로 ‘기부금품의 모집·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각각 있다는 게 이날 유인호 의원의 지적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은 최민호 세종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이어서이고, 기부금품법 위반 가능성은 세종시 기부금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서 유인호 의원의 거듭된 추궁에, 세종시 문화체육관광국 실무공무원들은 “설계변경을 하면서 나은 설계(반송 3그루를 심는)에 반영을 했고, 비석(표지석)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의 위반 가능성이 있어 당시에는 반대를 했다”면서 “반대를 했는데, 협회 측에서 이 비석을 자꾸 설치한다고 해서 저희들은 사실 못 보긴 했다”고 말했다.
이에 유인호 의원은 “묵인을 했다고요? 그럼 동의를 하신 거네요”라고 재차 물었고, 공무원은 잠시 머뭇거린 뒤 “그렇게는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려수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세세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유인호 의원의 질의에 심각한 분위기가 되자, 2차례 정회를 한 임채성 행정복지위 위원장도 전후 과정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오후 2차례 정회 동안 행정복지위 회의실에서 김려수 국장은 실무 과장·계장들에게 “당장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김려수 국장 지시에 표지석 2개는 즉시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채성 행정복지위원장은 저녁식사를 위한 정회 선포 전 “본회의 의결을 거쳐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5월 31일 현장(금강파크골프장) 감사에서 한 공무원의 답변과 오늘(5일) 답변이 다르므로, 지방자치법 제49조에 따라 (행정복지위)위원들이 (형사고발 등 여부에 대한)논의를 좀 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따르면 시정4기 공약과제인 금강 파크골프장은 금남교 하단 금강 둔치 4만3000㎡ 부지에 36홀 규모로 총 20억원을 투입해 조성됐으며, 6월중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이용 요금은 세종시민 3000원, 세종시 외 거주자는 6000원으로 공지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