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에 평생바친 제2의 조국, 숭고한 뜻 되새기면서 쓸쓸하지 않게 해야
IN MEMORY, R.A.SHARP(1872~1906). 공주 영명동산 선교사 묘역 샤프 선교사 묘비명이다. ‘기억하며’ 로 해석될 만하지만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라 상상에 맡긴다. 공주 영명고등학교 대운동장에서 산길로 난 계단을 따라 100m만 올라가면 선교사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이곳 선교사 묘역에는 샤프 선교사와 공주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선교사 자녀들이 잠들어 있다.
Robert. A. Sharp 선교사는 Alice. A. Sharp(1871~1972, 사애리시) 선교사의 남편으로 서울 정동제일교회와 배재학당에서 사역하였다. 1903년 서울에서 결혼한 후 감리교 공주선교기지 책임자로 임명되어 충청도 전역에 순회선교를 하며 명설학당(남학생과 명선학당, 여학생)을 열어, 충청도 최초의 근대학교인 영명중고등학교로 이어지게 된다.
1906년 강경과 논산지역 선교를 마치고 귀가하던 샤프선교사는 진눈깨비를 피해 잠시 머무른 상여집에서 옮긴 전염병으로 34세의 나이로 순교하였다. 원래 샤프선교사 묘지는 한국형 봉분이었으나, 석판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사애리시 선교사는 충격을 받아 미국으로 돌아가 안식 후 1908년 공주로 와 선교활동을 하였다. 그녀는 강경만동여학교와 논산영화여학교를 비롯하여 충청도에 20개 여학교를 개설하는 등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헌신한 근대 여성교육의 어머니이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그 공을 인정하여 2020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추서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애리시 선교사는 유관순 열사의 첫 스승이고, 한국 최초의 여성경찰서장 노마리아, 한국 감리교 최초 여성목사 전밀라, 임영신 장관, 독립운동가 김현경 등 수많은 여성 인재를 영명여학교에서 키워냈다.
한국에서 39년간 선교활동을 하다 1940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출국당한 뒤 말년을 로스엔젤레스 선교사 양로원에서 지내다 1972년 101세의 나이로 영면하였다. 공주 선교사 묘역에는 남편의 무덤 옆에 묘비만 서있다. 묘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우리가 당한 고난이 크고 잃은 것이 많지만 하나님께서는 어떤 식으로든 선한 길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교사 묘역에는 선교사의 어린자녀들의 묘지도 있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영명학교 설립자인 우리암(Williams) 선교사의 딸 올리브(Olive, 1909~1917)와 아들 우광복(George Z. Willaams, 1907 ~1994)과 1916년부터 1925년 공주에서 선교활동을 한 Taylor선교사의 딸 에스더(Esther, 1911~1916), 공주와 서울에서 23년간 복음사역을 한 아멘트(Amendt) 선교사의 아들 로저(Roger, 1927~1928)도 영면하고 있다.
우리암 선교사는 1905년 공주 영명학교를 설립하고 교장이 되었다. 그는 우광복과 이얼, 이얼, 올리브를 자녀로 두었는데 딸인 올리브는 기관지염으로 사망했다.
올리브의 오빠인 조지 우광복 박사(Dr. George Zur Williams)는 미해군 중령(군의관)으로 미군정처 하지 중장의 통역관으로 한미동맹과 정부수립에 기여했다.
우광복은 1994년 87세의 일기로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으나, 어릴 때 뛰어놀던 공주 영명동산, 여덟 살의 어린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난 평생 잊을 수 없는 누이동생 올리브 곁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여 동생 곁에 잠들어 있다. 이얼 또한 공주에서 어린 시절 사망했지만 묘지는 알 수 없다.
공주 방문객이나 공주에 살고 있어도 영명동산 선교사 묘역의 존재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서울, 대구, 광주 등의 선교사 묘역과 같이 잘 정비되어 있지 않지만, 한 번쯤 방문을 추천해 본다.
수만리 이국 땅에서 선교와 교육, 사회사업을 위해 노력하다 운명을 달리한 선교사와 그 자녀들의 무덤 앞에 그 흔한 조화하나 놓여있지 않은 쓸쓸한 묘역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선교사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젊은 시절 남편을 잃은 슬픈 가족사를 극복하고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유관순 열사와 같은 동량을 키워내 우리 나라 독립에 이바지한 사애리시 선교사가 좋아했던 진달래와 개나리, 흰색의 라일락꽃 흐드러진 선교사 묘역을 조성함으로서 더 많은 분들이 찾을 수 있도록 공주시와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공주학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 이메일 : songdb@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