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지향 세종시, 진짜 성숙한 정치문화 도시 됐으면”
경제정책 구현 위해 4년 전 전략공천 수용… 정권교체로 좌절
27일 전화로 연결된 홍성국 국회의원(세종시갑)은 “공부방에 있다. 최근에 ‘공부방’을 하나 얻었다”고 말했다.
위치를 묻자 “(서울)광화문 근처, 서울시청 사이”라고만 말했다. 행정구역상 종로구·중구인지, 동네 이름정도는 말해줄 법도 한데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여의도 국회 근처에 얻어도 되지 않았겠나’라고 묻는 질문에 “그러면 사랑방이 되어버린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방객들로 인해 공부·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조명하고 파 보려는 연구에 대한 의지가 엿보였다.
홍성국 의원은 29일 자정, 30일 0시면 국회의원 신분이 종료된다. 그동안 그가 누차 공언한 대로 학자, 민간 연구자의 길로 돌아간다. 그의 시선은 한국 사회, 한국 경제의 미래를 향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그는 지난해 4월과 2018년 말 5년여 사이를 두고 ‘수축사회’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 두 권을 시리즈로 쓴 경제 전문가이다. 수축사회는 고도성장이 끝나버리고 저출산 고령화·일자리 부족·미국과 중국 간 패권전쟁에 끼어버린 한국 사회, 한국 경제를 의미한다.
앞으로 이런 한국 사회, 한국 경제의 실상과 구조적 전망을 설파하고, 대안을 모색해 가는 연구에 몰두하려고 한다.
그는 “올 여름은 좀 휴식을 취하고 가을부터 강연 요청이 오면 응할 생각”이라고 했다. “야당 출신이라 요청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 의원은 지난 4년간 가장 큰 보람을 느낀 것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입법부터 규칙안 통과까지 자신이 주도해 법적인 문제를 깔끔하게 끝냈다는 점을 들었다.
아쉬운 점을 묻자,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의 법제화)들을 자신이 생각한 만큼 못했다고 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고 하자, 그는 “상호금융의 안정성 부분, 새마을금고 문제를 제가 2년간 계속 걸고 넘어졌다”면서 “새마을금고에 대한 대안으로, 금융위원회 감사를 받도록, 감시를 받도록 했어야 되는데 그걸 못했다”고 했다.
세종시 민주당원과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요청하자, “우리는 지금 행정수도를 꿈꾸고 있잖아요”라고 전제한 뒤 “행정수도를 해야 된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수도로 성장을 해야 된다고 하면, 시민의식이 거의 한국 최고가 돼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세종시당 위원장 되어서 인터뷰 할 때, (세종시가)정치 1번지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제 시민들과 민주당원들이 더 노력을 해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이고, 민생을 챙기는 진짜 성숙한 정치 문화가 있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세종시당 위원장직은 8월 전당대회 때까지는 맡을 것이라고 했다. 의원직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2~3개월 남겨놓고 사퇴하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욕심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세종시의회 후반기 원구성 문제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의견 없다. 알아서 하도록… 뭐라고 의견 표시를 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4년에 대한 회한은 없었을까.
지난 4년간의 소회를 묻자, 그는 대뜸 “대선(2022년 대통령선거) 전과 대선 후가 있는데, 대선 전에는 제가 케이(K)-뉴딜을 열심히 했었다”는 말부터 꺼냈다.
케이-뉴딜, 지금 몇 명이나 기억할까. 문재인정부 중·후반기인 2020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내에 ‘한국형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미래전환 케이-뉴딜위원회가 설치되고 당정청 논의체계를 세우는 등 본격활동에 들어간 바 있다.
당시 한국형 뉴딜은 정부와 정치권, 민간과 산업계, 모든 국민이 함께 나아가야 할 시대적 요구로 여겨졌다. 2020년 4월 총선거 때 세종시갑에서 전략공천을 받아 당선된 홍 의원은 이때부터 이 과제 추진에 적잖이 깊게 관여했다는 뉘앙스의 설명을 했다.
홍 의원은 “(4인을 초과하는 동석을 금지하는)코로나19 때문에 지역 활동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중앙에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서 들어간 사람이기 때문에 성장동력을 하고서 케이-뉴딜에서 한국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국가 설계를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2022년 3월 9일 대선에 따라 그는 여당 의원에서 야당 의원으로 위치가 바뀌었다. 경제 정책 분야에서 정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혔던 셈이다.
이때 이후 주로 ▲민주당 경제 정책의 당론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1년 반 동안 같은 당 국회의원에게 경제 강의를 했고 ▲지난 1년간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제 분야 일을 했다고 회상했다.
홍 의원은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을 가르치고, 국회의원이 계속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강의를 한 경우는 제가 알기에 제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세종시에서 “지역구 활동에 소홀히 한다”는 오해를 받았다.
또, 그는 “그 거(지역구 소홀 지적)는 별로 신경 안 쓰고요, ‘나라가 더 중요하다’라는 생각으로 일을 해왔다”면서 “이게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편가르기(미국-중국 패권전쟁 등) 그리고 (우리나라 정부와 여야 정당이)미래에 대한 준비를 너무 못하고 있고, 그래서 (불출마 선언으로 국회에서)나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미래학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홍성국 의원. 한국 사회,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을 제거하고 줄여 연착륙을 꿈꾸던 그는 그 실현을 위해, 정부 정책으로의 반영·집행을 위해 4년 전 당시 집권당인 민주당의 제의(세종시갑 전략공천)가 들어오자 수락했다.
하지만 구조적 저항 등에 만족할 만큼 성과를 낼 수 없다면서 그는 지난해 12월 13일 국회의원 배지를 내려놓겠다고, 총선거에 불출마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며칠 후면 한결 가벼운 몸으로 돌아가는 홍성국 의원이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생존·발전의 길을 어떻게 제시할지 주목된다.
1963년 세종시 연서면 출신인 홍성국 의원은 고려대사대부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역임하는 등 반평생 증권업계에서 일했다. 수축사회, 수축사회 2.0 등 저서 8권을 낸 미래학자로도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