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의원들 대신해 경찰 출석 조사 받는 중
“취하, 네가 먼저” 고집, 중재 시도 무위… “경찰, 웃더라”
세종시의회 여야 간에 대화가 단절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지난달 10일 총선거가 끝난 후 최근까지 이같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의회 청사 안팎에서 다른 당 의원을 마주치면 목례 또는 “안녕하세요?”라고 묻는 인사정도만 할 뿐, 동료 의원으로서 가벼운 인사 수준을 넘는 대화를 하거나 자연스럽게 어울려 식사 등을 하는 모습은 거의 실종됐다는 것이다.
세종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매일매일 각종 간담회, 내외부 행사 참석, 시청·교육청 공무원들에게서 받는 보고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서 “외부 기관·단체 초청 행사장에서 (여당 의원을)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의회 안에서 여야 간의 대화 실종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같은 대화 실종 배경에는 4·10 총선거 때 주고받은 형사고발 건이 작용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여야가 서로 맞고발을 한 것은 4·10 총선거 막바지인 지난 4월 2일 한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당시 민주당 강준현 세종시을 후보가 세종시 한 호텔 안에 있는 술집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서 시작된다.
이에 여야 의원 양측이 한 성명서 발표· 피켓 시위 등에 서로 반발하고 정치적 공세를 가하면서 총선 막판 사안으로 불거졌다.
문제는 총선거 후에도 고발이 취하되지 않고 유지되면서, 대화 단절은 물론 7월 1일부터 시작해야 할 시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 원구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시의회 여야에 따르면 형사고발을 먼저 한 쪽은 국민의힘으로, 김효숙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시 강준현 후보 선거를 돕던 민주당 의원 12명을 고발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도 호텔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한 김광운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 4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민주당 김효숙 원내대표는 “고발을 국민의힘이 먼저 했으니, 취하 등에 대한 대화 제의는 국민의힘이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국민의힘 김광운 원내대표는 “우리는 사실만을 걸어 고발했을 뿐이고, 민주당은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걸었다. 따라서 취하하자면 민주당이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의회 여야 의원 중 연장자인 국민의힘 김충식 제2부의장이 지난 4월 20일쯤을 전후해 김효숙 원내대표와 김광운 원내대표를 각각 만나 ‘상호 고발 취하’를 제안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김효숙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발은 국민의힘이 먼저 했다”는 점을 부각했고, 김광운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서는 “제가 알아서 하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김효숙·김광운 원내대표는 고발장에 서명한 같은 당 의원들을 대리해 세종경찰청·세종남부경찰서에서 각각 고발인 조사를 받았고,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라는 소환통보를 받고 있다.
지난달 세종남부경찰서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는 김광운 원내대표는 “17일 (민주당 의원들이 고발한 사건의)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라는 경찰 전화를 받았다. (정례회가 시작되는)20일부터는 바빠서, 27일 이후에나 출석하겠다고 했다. 전화로 통보를 한 경찰관이 웃더라”고 말했다.
소환 통보를 한 경찰관이 웃었다는 의미는 경미한 사안인데 상호 취하하지 않고, 사건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담당 수사관의 반응으로 풀이된다. 상황·판단 변화 여부 등을 확인하려고 김효숙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17일과 19일 두 차례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강준현 후보에 대한 유튜브 방송을 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이현정 민주당 의원과 함께 세종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던 민주당 김재형 의원은 “총선거 다음날인 4월 11일 세종경찰청에 이현정 의원과 함께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면서 “제가 출석한 것은 한 번뿐이었고, 이후 이 사건이 서울강남경찰서로 이관됐다는 말을 들었다. 그 뒤 제가 경찰에 출석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2년 전 약속한 산업건설위원장을 7월 후반기 원구성 때 국민의힘에게 주지 말고 민주당이 가져와야 한다고 언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운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년 전 약속한 산업건설위원장을 7월 원구성 때 주지 않을 경우, 법적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의회는 20일 오전 10시 제1차 본회의를 열고, 6월 21일까지 제89회 정례회 회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총 20석인 세종시의회는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으로 돼 있다.
한편 세종경찰청은 지난 4·10 총선거와 관련해 14건 37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