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에도 수업과 근무가 이어지고 학기 중에 미뤄 두었던 이런 저런 연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교를 일시적으로 떠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잠시나마 가질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보다 더 방학을 기다리는지 모른다.
지난 주, 개학을 앞두고 동료 선생님들과 교육청 직원들과 함께 울릉도와 독도를 다녀왔다. 행복세종교육 소식지 편집팀 연수의 일환으로 독도 견학을 간 것인데, 덕분에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실컷 쐬었다. 하지만 독도까지 가는 길은 퍽이나 험했다.
출발 당일 새벽 4시 반에 교육청에서 집합한 우리 팀은 세 시간을 달려 포항에 도착, 첫 배를 타고 울릉도로 향했다. 울릉도까지 가는 쾌속선은 갑판 이동이 불가능한 배여서, 멀미를 참아가며 다시 뱃길을 3시간가량 갔다.
배 구석구석에서는 너나할 것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루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고스톱을 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구성진 목소리로 트로트를 부르거나, 깜빡 졸았다가도 할머니들의 노래 소리에 다시 깨어나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우리나라 동해의 가장 큰 섬, 울릉도에 도착했다.
통영의 매물도, 여수의 금오도, 목포의 홍도 등 섬에 갈 때마다 느껴지는 신비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느껴졌다. 바다와 맞붙은 절벽이 보여주는 위용, 투명하고 새파란 바닷물, 새햐얀 갈매기 부리, 배가 도착할 때 일시적으로 서는 시장의 분주함..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정말 많은 관광객들이 울릉도를 방문하러 왔다는 점이다.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행여나 일행을 놓칠까, 울릉도의 뜨거운 햇살 속으로 정신없이 걸었다. 그렇게 아름답다는 울릉도의 해안 산책로와 바위틈을 비집고 살아남은 그곳의 향나무, 선착장을 맴도는 괭이갈매기까지, 지금 되돌아보면 하나하나 귀한 풍경인데, 나의 울릉도 첫날은 땀에 젖어 일행의 뒤꽁무니를 정신없이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숨 가쁘게 뜨거웠던 여름 한낮, 인산인해의 경사진 골목을 오르내리며 기억에 오래 남을, 하루를 만들었다.
둘째 날, 드디어 국토의 가장 동쪽 끝 독도를 방문하였다. 울릉도에서 독도를 가기를 희망하는 관광객은 정말 많다. 독도를 방문하기 위해 울릉도를 거쳐가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독도는 생각보다 가기 어려운 곳이다. 1년 365일 중에서 독도에 정상적으로 배를 댈 수 있는 날은 고작 33일 정도라고 한다. 풍랑이 조금이라도 심해지면 독도에는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독도까지 가는 배를 타고도, 배 안에서 독도를 보고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러나 우리 팀은 운이 좋았는지, 무척이나 청명한 날에-덥고 습하긴 하였지만-독도까지 무사히 도착, 독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독도에 도착한 사람들은 너나없이 태극기와 함께 독도를 찍는다.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울컥, 하는 마음, 그리고 왠지 모를 연민의 마음이 일었다. 마치 우리 땅 독도가 어린 아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소중히 돌보고 지키고 싶은 그런 존재처럼 말이다.
그리고 연수 마지막 날, 우리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울릉도를 돌아보았다. 어찌 3일 만에 울릉도를 다 돌아볼까 싶지만, 그래도 한 가지라도 더 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핑핑 돌리고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3일 동안 매일같이 배를 서너 시간씩 탄 탓에 육지에 있어도 바다에 있는 것 같은 울렁거림이 느껴졌다.호박엿을 권하며 토산품 점으로 이끄는 호객꾼, 구석구석 오징어 말리는 풍경, 형형색색 아웃도어룩으로 가득한 선착장, 그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괭이갈매기의 모습……. 그것이 나의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기억된 울릉도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국토의 막내, 독도를 만나는 감격스러운 경험을 했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그 자체, 울릉도를 만날 수 있었다. 나의 뜨거운 여름을 정말 뜨겁게 달구었던 여행이었다.
이제 교탁과 칠판이 놓인 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학기에도 수업하랴, 공문 작성하랴, 아이들 지도하랴 여전히 바쁜 학기를 보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생활의 여유를 잃고 팍팍한 일상을 보내는 순간이 온다. 딱 그럴 때, 이번 여름 나의 울릉도를 생각하며 열정을 되살려야겠다. 울릉도의 뜨거운 햇살을 뒤통수로 받으며, 그 산길을 그 뱃길을 누렸던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