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서만 20여년을 근무하다가 세종시로 발령을 받을 때는 고등학교 지구과학교사로 배정받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보다 의젓해져서일까? 중학교 학생들보다 소통이 훨씬 부드럽고 교감이 쉬워서 매력이 넘쳤다. 교과과정상 우선은 인문계 학생들에게 지구과학을 가르쳤다.
잠시 팔불출이 되어야겠다. 한솔고 학생들은 인성이 참 예쁘다. 마음의 문을 열고 선생님을 공경하는 것은 물론, 인사예절이 뛰어나며 특히 봉사활동은 마치 기꺼이 즐기는 모습이다. 심부름을 시킨 뒤에 고마운 마음에, 상점을 주겠다고 하여도 때로는 ‘아니 괜찮습니다.’하고 겸손을 드러내기도 하고, 때로는 ‘정말이요? 감사합니다!’하면서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도 모두가 참 해맑게 보이고 지켜보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 ‘누가 이것 좀 도와줄래?’하면 ‘제가 하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항상 사방에서 들려온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고마워, 미안해.’하면서 서로 웃음을 주고받는 일로 한 학기를 보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도담초등학교 교감선생님께서 친히 전화를 주셔서 망원경을 빌리시는 문제와 천체관측 체험을 지도해줄 수 있는지 문의하셨다. 천체관측동아리가 없는 상황에서 난감한 일이었다. 더구나, 제자라고는 과학을 즐기지 않을 수도 있는 문과반 학생들뿐, 무거운 망원경, 허약체질인 나,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천체를 계속 추적하는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거절하기가 너무 죄송하여, 고민 끝에 지금이라도 학생들을 훈련시켜서 힘들겠지만 봉사체험의 기회를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평소 지구과학실 일을 많이 도와주는 학생들에게 ‘며칠 동안 고생을 많이 할 테지만, 시간을 할애하여 도담초등학교 꿈나무들과 선생님을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은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며 고생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많은 선생님들이 마음의 상처를 숱하게 받고 있는 터라 나로서는 쉽지 않게 말을 꺼내 물어본 것이었다. 뜻밖에 우리 아이들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오히려 기뻐하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강행군이 시작되었다. 일단 별자리 공부만 타이트하게 내리 4시간을 공부했고, 달의 표면지도는 각자 공부했다. 놀라운 것은 망원경 조립, 분해, 관측에 대하여 교사가 아주 기초적인 50%만 가르쳐도, 아이들은 놀라운 응용능력으로 100이 아닌 130%의 망원경 다루는 능력과 관측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농담처럼 ‘너희들은 천체관측의 타고난 천재들이다.’라는 칭찬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속으로는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의 실체를 보는구나!’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이들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망원경을 스스로 장착하여 친구들에게 해와 달 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나중에는 어려운 화인더 정렬도 프로수준이 되었다.
도담초 학생과 학부모님들에게 직접 하늘을 보면서 봄, 여름, 가을철 별자리 설명을 하고 더구나 재미있게 별이름 외는 법도 스스로 만들어서 설명하였다. 망원경을 통하여 핸드폰으로 달 사진 찍는 것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도 열심히 달 표면지도 설명을 하면서 거의 프로로 활동을 하였다. 핸드폰의 구글 별지도 앱을 이용하여 관측하는 법도 설명을 하였다. 낮부터 밤 11시에 가까운 늦은 밤까지 힘들어 할만도 한데 오히려 아이들은 에너지가 충만해 있었고, 어둠 속에서 뒷마무리도 깔끔하게 하는 모습이 어찌나 의젓하고 프로다운 모습이었는지! 참 자랑스러웠다.
더구나 얘기치 못한 감동의 사건도 있었는데, 망원경에 잡혀있던 토성이 캠프참가자의 반정도만 관측을 하였는데, 도시이다 보니 아파트 빌딩 뒤로 숨는 바람에 관측이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 저희들 스스로 안타까운 마음에 그 무거운 망원경을 구석으로 옮겨가면서까지 한명이라도 더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가슴이 짠했다. ‘아이들의 인성은 체험을 통해서 저절로 커지는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럴 때는 공자님이 말씀하신 인(仁)의 실체를 보는 것 같았다.
도담초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뿌듯해하였고 감동적인 마음을 표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우리는 한 마음으로 행복해 하였고, 집에 도착해서도 뜻 깊은 체험을 했다면서 고맙다는 문자를 잊지 않아, 나까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도담초 이한진 선생님과 김은희 선생님은 우리 모두를 하나하나 집 앞까지 태워다 주셨다. 참으로 인정이 넘치는 밤이었다.활동 내내 분에 겨운 고마움을 표현해주시며, 우리 학생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셨던 도담초 교장선생님과 조봉천 교감샘 이하 모든 선생님들께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일주일 동안 고생 많았는데,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선한 마음과 행동만을 보여준 이회현, 고영재, 정연걸, 권혁민, 내 제자들! 고맙고 사랑한다!
사랑,배려,칭찬~~~
세종시의 교육을 책임지시고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 응원의 박수 보내드립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